언론의 담론은 현실을 얼마나 재현하고 있을까. 최근 대형 선거에서의 출구조사를 기점으로 20대 남성의 보수화가 기정사실화한 것처럼 여겨지고 있지만, 이를 근거로 청년 세대 내부의 ‘균열’을 단정할 수 없다는 진단이 있다. 세대·젠더별로 이분화한 접근을 체계화해야 한다는 제안을 주목할 만하다.
지난 3월 대선 당일 지상파 3사(KBS·MBC·SBS) 성별·연령별 출구조사에서 20대 남성 58.7%, 20대 여성 33.8%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했다. 반대로 20대 여성의 58.0%, 남성의 36.3%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택했다. 2000년대 이후 연령대별로 움직인 지난날에 비해 성별 격차가 두드러지자, 엇갈린 20대 남·녀 표심에 대한 보도가 더욱 활발해졌다. 박선경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부교수는 국회입법조사처보 여름호에 기고한 ‘제20대 대선과 세대 젠더 갈등: 새로운 균열의 등장인가?’에서 ‘청년 세대 내 젠더 차이’에 의문을 제기했다.
청년 남성 ‘보수성’ 논의의 기원으로 2018년을 꼽는다. 평창동계올림픽의 남북 단일 하키팀, 인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등에 대한 반발을 젊은 남성 여론으로 상정하기 시작한 때다. ‘이대남’(20대 남성)을 좇는 보도가 대두되면서 20대 여성 또한 ‘이대녀’로 호명되기 시작했다. 2019년 4월 시사인의 ‘20대 남자, 그들은 누구인가’ 보도는 이런 담론을 본격화한 사례로 거론된다. “‘이대남’들은 정치적으로 보수적이며, 공정에 민감하고, 무엇보다 페미니즘에 대한 강력한 거부감을 공유하는 집단으로 묘사”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박 교수는 “언론에서 담론 차원으로 나오는 해석에 대한 체계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며 “청년 세대의 이념과 정치 성향을 분석한 학술연구들에 따르면 지금의 청년 세대가 이념적으로 보수화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다수 연구들은 20대 남성의 인식을 보수화됐다고 규정하기 어렵다고 분석해왔다. 최종숙 한국민주주의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020년 논문에서 20대 남성의 성평등의식이 20대 여성보다는 낮지만 다른 세대·성별보다는 높거나 낮지 않다고 밝혔다. 같은해 박 교수는 연구 논문을 통해 이념·경제·복지 정책 태도 등에 있어 청년 세대 내부적인 성별 차이는 없다고 분석했다.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의 지난해 연구에선 20대 남성이 안보 분야에선 보수적이지만 경제·노동 분야에선 오히려 다른 연령보다 진보적으로 나타난 바 있다.
박 교수는 “이러한 기존 연구들을 이번 대선 결과와 연결한다면 다음과 같이 해석할 수 있다. 청년 남성들이 문재인 전 정부에 비판적이고 국민의힘을 지지했지만, 이러한 정치적 선택이 보수이념으로 공고화된 것은 ‘아직까지는’ 아니라는 점”이라며 “‘현대적 젠더격차’가 이번 대선에서 발견되었지만, 이것이 공고화된 이념으로 고착되어 청년 세대 내 정치적 ‘균열’로까지 이어진다고 보기에는 이르다. 정치균열의 고착과 공고화는 단기간의 선거 결과로만 판단 내릴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 주장했다.
다만 “물론 이번 대선에서의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며 향후 변화 가능성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박 교수는 “통상적으로 정치 이념이 경제 정책이나 안보 정책에 대한 선호에 따라 다차원적으로 구성되는 것과 달리, 지금 청년 세대 내에서는 페미니즘에 대한 태도가 이들의 정치적 세계관을 구성하는 핵심적 요인으로 보인다”며 “청년 남성의 반페미니즘적 성향이 정치적 선택과 추후 반복적으로 연결된다면 페미니즘에 대한 태도를 준거점으로 삼아 다른 정책영역에 대한 이념 태도가 보수적으로 공고화될 것이고, 이것이 결국 젠더 간 균열로 진행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