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카타르 월드컵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중동과 이슬람 국가 중 처음으로 카타르에서 월드컵을 개최하게 되면서, 카타르를 비롯한 걸프 지역에서는 카타르 월드컵 효과를 기대하는 목소리로 가득 찼다. 하지만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은 개최지 선정 과정부터 개최 후까지 그 어느 월드컵보다 뜨거운 정치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B조 1차전 잉글랜드와 이란의 경기부터 정치적인 논란들이 넘쳐났다. 9월 이후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이란에서는 이란 국가대표팀이 시위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카타르 월드컵 경기를 보이콧하겠다는 움직임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강하게 일어났다. 이란 시위대들의 거센 비난을 한 몸에 받았던 이란 국가 대표선수들은 잉글랜드 경기 직전 조국의 국가가 경기장에 울려 퍼지는 내내 굳은 표정으로 입을 닫고 있었다. 하지만 이란 선수들의 정치적인 행보를 보는 자국 국민들의 반응은 냉정하기만 했다. 이란 관람객들은 경기 도중에 “여성, 생명, 자유”라는 구호를 외치고, 오히려 자국의 선수들에게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석 달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이란 시위 상황을 둘러싼 갈등이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그대로 재현된 것이다.
한편, 잉글랜드 팀 선수들은 경기 직전 무릎을 꿇었다. 카타르의 인권 문제에 대해 저항하고 연대 의식을 표출하는 방식이었다. 카타르 월드컵 개막 전부터 이주노동자 착취 문제와 함께 성소수자 인권 문제는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미국축구협회는 성소수자 지지를 의미하는 무지개 문장을 공유하기도 했고, 특히 유럽 10개국 팀 축구협회는 카타르 인권 문제에 대한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슬람 국가인 카타르에서 동성애가 ‘범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성소수자 인권은 문제시된다. 카타르 형법 제296조에서 ‘도덕적 방탕’으로 여겨지는 동성애는 최대 징역 3년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칼리드 살만 카타르 월드컵 홍보대사는 “동성애는 정신적 손상”이라고 언급하면서, 논란의 불씨를 지피기도 했다. 성소수자 인권을 중시하는 유럽 축구대표팀들은 월드컵에서 성소수자들을 지지하겠다는 뜻을 담아 무지개색 완장을 찰 계획을 내비쳤다. 하지만 논란이 계속되자, 국제축구연맹(FIFA)은 이번 월드컵에 참여하는 국가들에 “이념이나 정치적 대립에 휩싸이지 말고 축구에만 집중해 달라”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결국 국제축구연맹이 무지개 완장에 대해 옐로카드를 줄 수 있다고 경고하며 유럽 7개 팀은 완장을 포기했다.
이토록 논쟁적이었던 월드컵이 존재했을까 할 정도로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서구 언론들의 카타르에 대한 비난의 강도는 가혹할 정도로 높다. 한편 갑작스럽게 내려진 맥주 판매 금지와 일부 음식 금기 논란에 대해서 이슬람 문화에 대한 선입견 가득한 비판이 가해지기도 했다. 이에 카타르 국민들을 비롯한 무슬림 누리꾼들은 카타르의 로컬 문화 역시 존중받아야 한다는 반론을 펼치기도 한다. 카타르는 월드컵 준비 과정을 거치며 이주 노동자를 착취한 카팔라 제도를 2020년 폐지한 바 있다. 카타르 월드컵을 둘러싼 정치적 논쟁들이 카타르를 비롯한 중동 사회가 글로벌 인권 담론을 재고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