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국민소득 8만달러선…세계 5위
막대한 석유 대비 실제 국민은 불과 30만명
복지천국 뒤에 가려진 전제군주제와 인권유린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제22회 카타르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중동의 복지천국이라 불리는 카타르 왕국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앞서 모든 월드컵 개최국가들이 쓴 경기 비용을 훌쩍 뛰어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월드컵을 기획했기 때문인데요.
석유와 천연가스 등 막대한 천연자원을 보유한데다 실제 국민은 30만명 안팎에 불과한 카타르는 국가에서 기본소득은 물론 주택과 차량까지 무상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더욱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복지천국의 이면에는 형식적인 입헌군주제만 갖춰진 전근대적인 전제군주정과 언론과 인권에 대한 탄압이 숨어있다는 비판도 함께 받고 있죠.
1인당 GDP 8만달러…세계 5위 자원부국
18일(현지시간) 독일 도이치벨레(DW)지에 따르면 이번 카타르 월드컵 개최비용은 2290억달러(약 310조원)으로 1930년 제1회 우루과이 월드컵 개최 이후 열린 모든 월드컵 개최비용을 다 합친 것보다 많은 비용이 투입됐습니다. 직전 대회인 제21회 러시아 월드컵 개최비용이 116억달러, 20회 브라질 월드컵이 150억달러를 사용했던 것을 고려하면 정말 막대한 규모인데요.
카타르가 이 막대한 비용을 댈 수 있는 이유는 세계적인 자원부국으로 1인당 국민소득(GDP)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가 발표한 GDP 순위에서 지난해 카타르의 1인당 GDP는 8만2886달러로 룩셈부르크, 아일랜드, 노르웨이, 스위스에 이어 세계 5위를 기록했는데요.
이러한 카타르의 국부는 석유, 천연가스를 비롯해 헬륨, 알루미늄 등 각종 천연자원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2020년 확인매장량 기준으로 천연가스 매장량이 세계 3위이고 석유는 13위에 이르죠.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2위 국가로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에 미국과 함께 LNG 대체 수출을 하고 있는 나라로 알려져있습니다.
풍족한 자원과 적은인구…세계 최고 복지혜택
자원부국 카타르는 막대한 오일머니 대비 인구 수는 매우 적은 편인데요. 지난해 기준 카타르 전체 인구는 약 279만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고, 이중 실제 국적자는 30만명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러한 조건으로 카타르는 세계 최고 수준의 복지제도를 선보이고 있죠.
영국 BBC에 따르면 카타르 시민권자들의 복지는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카타르 정부는 시민들에게 주택과 차량을 무상 지급하고, 매달 우리 돈 약 600만원 정도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있죠.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모든 교육이 무상지원되며, 유학을 희망하는 국민은 누구나 유학비를 지원받을 있습니다. 의료와 대중교통도 무상제공되고 있죠. 그러나 세금은 없습니다.
이러한 복지제도는 주변 중동 산유국들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든 복지제도인데요. 이는 카타르의 선대 국왕인 하마드 빈 칼리파 알사니 국왕 이후 복지제도를 매우 강화했기 때문으로 알려져있죠. 알사니 전 국왕은 1995년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이후 왕실 소유로 돼있던 석유와 천연가스 기업들을 국유화하고 현재와 같은 복지제도를 정착시켰습니다. 이후 왕실에 대한 지지도가 중동 국가들 중 가장 높아졌고, 정정불안도 사라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죠.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권유린, 전제왕정의 그늘
하지만 이러한 복지천국에도 그늘은 드리워져있습니다. 바로 인구의 90%를 차지하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권유린이 자행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인데요. 월드텁 경기장 건설현장에 동원된 이주노동자들의 인건비를 과도하게 낮게 책정하거나, 사고가 발생하면 곧바로 국외추방해버리는 행태들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카타르의 월드컵 경기장 건설현장에서 2010년 이후 지금까지 약 650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부분 불법이민자들로 구성된 이들은 이민법 위반으로 걸릴 경우, 제대로 임금을 받지 못한 채 강제 구금되거나 국외추방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인권단체들이 개선을 촉구하고 있죠.
카타르의 경직된 사회분위기와 전제군주정이 인권문제 해결을 막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카타르는 지난 2003년부터 입헌군주제를 시행한다 밝히고, 지난해부터 입법기관인 슈라위원회 의원 45명 중 30명에 대해 국민 투표를 실시하기도 했지만 사실상 전제군주정이 지속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여전히 입법기관인 슈라위원회 의원 중 15명을 국왕이 임명하는데다 이 위원회 자체도 국왕이 언제든 해산할 수 있는 자문기관 성격이 더 강하기 때문이죠. 이들 의원들은 정당을 구성할 수 없어 모두 무소속인데다, 대부분 각 지역 부족장, 혹은 왕족들이 의원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카타르 정부는 앞으로 정치개혁과 인권개선에 힘쓰겠다는 입장이지만, 전권을 쥐고 있는 국왕과 왕족들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이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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