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도 “71대 10” 주장하면서 디샌티스 견제 나서
미국 공화당의 정치자금 ‘큰손’으로 꼽히는 헤지펀드 매니저 켄 그리핀(54)이 2024년 대통령선거전에 공화당 소속 론 디샌티스(44) 플로리다 주지사가 나선다면 그를 지지할 것이라고 밝혀 주목된다.
미국의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미국 중간선거를 이틀 앞둔 6일(현지시간) 헤지펀드 시타델의 최고경영자(CEO)인 그리핀과의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그리핀은 이번 선거 주기에 연방단위 선거에 출마한 공화당 후보들과 선거운동본부에 6천만 달러(840억 원) 가까이를 기부했다.
이는 민주당 후보들에게 1억2천800만 달러(1천790억 원)가 넘는 정치자금을 제공한 소로스 펀드 매니지먼트 의장 조지 소로스(92)와 극우 후보들과 조직들을 지지하며 약 6천200만 달러(870억 원)를 기부한 리처드 율라인(77)에 이어 미국 3위에 해당하는 액수다.
그리핀은 임시로 쓰고 있는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시내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응하면서 정치자금 기부가 경쟁 대회는 아니라면서도 “내가 그럼 동메달 받는 건가요?”라며 껄껄 웃었다.
그는 폴리티코 기자가 2024년에는 정치자금 기부 1위를 차지하기를 원하느냐고 묻자 미소를 지었다.
그리핀은 현직 주지사이면서 연임에 도전하는 디샌티스에게는 500만 달러(70억 원)를 제공해, 디샌티스 후원자들 중 가장 많은 돈을 냈다.
그리핀은 디샌티스가 2024년 대통령선거에 나설 경우 지지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그는 플로리다 주지사로서 업적이 훌륭하고,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우리나라에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리핀은 디샌티스의 출마 여부는 본인에게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그리핀은 시카고에 살던 투자사업 초기 때부터 5천 달러(700만 원), 1만 달러(1천400만 원) 단위로 공화당과 민주당 정치인들에게 정치자금을 기부해 왔다.
이 중에는 민주당 당적으로 시카고 시장을 지낸 리처드 데일리와 람 이매뉴얼도 포함돼 있다.
또 2008년 대통령선거에서 그리핀은 공화당 존 매케인과 민주당 버락 오바마 양 후보 모두에게 정치자금을 기부했다.
당시에는 그리핀은 정치자금 기부보다는 문화기관에 기부하는 데 힘을 기울였다.
시카고미술관(AIC)에 거액을 기부했고, 미시간호 주위의 레이크프런트트레일 환경개선에 1천600만 달러(220억 원)를 쾌척했으며 2017년에는 오바마 재단에도 100만 달러(14억 원)를 냈다.
2020년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위원회에는 50만 달러(7억 원)짜리 수표를 써 준 적도 있으나, 최근 수년간 그리핀의 정치자금 제공은 공화당 후보들에게 집중됐다.
그리핀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관해서는 정치적으로 피로감이 든다고도 말했다.
그리핀은 트럼프가 재직 기간에 편 재정 정책은 마음에 들었다고 했으나, 그가 트럼프에게 한 재정적 지원은 취임위원회에 10만 달러(7천만 원)를 제공한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리핀은 트럼프에 대해 “많은 일을 아주 잘 했고, 일부 중요한 영역에서는 과녁을 놓쳤다”며 “그리고 여러 가지 길다란 이유로, 나는 다음 세대로 넘어갈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4년 대통령 경선의 잠재적 경쟁자인 디샌티스 주지사에 대한 본격적 견제에 나섰다.
트럼프는 5일 펜실베이니아주에서 공화당 후보 지원유세를 할 때 화면에 차기 공화당 대선주자 지지율을 보여주는 여론조사 결과를 띄우면서 자신은 71%, 디샌티스 주지사는 10%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며 디샌티스를 깎아내렸다.
디샌티스 주지사의 이름을 비틀어 ‘론 디생크터모니어스(DeSanctimonious)’라며 ‘잘난척 하는 위선자’라고 비꼬기도 했다.
다만 트럼프는 이 발언 다음날인 6일 플로리다 마이애미에서 지원유세를 할 때는 디샌티스 주지사 비판을 자제하면서 현직인 디샌티스를 다시 뽑아 달라고 유권자들에게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