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 식민주의’ 비난…민주콩고서 아프리카 순방 시작
내일 은돌로 공항 미사 집전…200만 명 운집 예상”
동부지역 피해자 면담도…내달 3일 남수단 주바 향발
프란치스코 교황이 31일(현지시간)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 수도 킨샤사 방문 일성으로 “아프리카의 목을 더이상 조르지 말라”며 소위 ‘자원 식민주의’를 비난했다.
교황은 이날 오후 킨샤사 대통령궁에서 정부 인사와 시민단체, 외교단을 향한 연설에서 “아프리카 대륙이 계속해서 다양한 착취를 당하고 있는 것은 비극”이라며 이같이 말했다고 AP, 로이터, AFP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탐욕의 독이 다이아몬드를 피로 물들였다”고 구체적으로 민주콩고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민주콩고에서 손을 떼라! 아프리카에서 손을 떼라! 아프리카의 목을 더이상 조르지 말라!”며 “아프리카는 빼앗길 광산이나 약탈 당할 영역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로이터 통신은 교황이 막대한 광물자원이 전쟁과 난민, 굶주림을 부추긴 민주콩고에서 “인륜에 반하는 끔찍한 형태의 착취”를 비난했다고 전했다.
교황의 이번 민주콩고 방문은 자이르였던 1985년 당시 요한 바오로 2세의 방문 이후 38년 만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다음 달 5일까지 5박 6일간 아직도 빈곤과 분쟁에 시달리는 민주콩고와 남수단을 차례로 찾아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현지 유력 매체 ‘악튀알리테’에 따르면 교황이 탄 비행기는 6시간 50분의 비행 끝에 이날 오후 2시 30분께 킨샤사 인근 은질리 공항에 착륙했다.
고질적인 무릎 통증에 시달리는 교황은 휠체어에 앉은 채 비행기에서 내렸다.
수많은 환영 인파가 장-미셸 사마 루콘데 총리, 에토레 발레스트레로 주교와 함께 공항에서 교황을 맞이했다.
교황은 전용차를 타고 25㎞를 이동해 킨샤사에서 펠릭스 치세케디 대통령이 주관하는 환영식에 참석한 뒤 치세케디 대통령과 정부 인사, 외교단을 만났다.
시내 곳곳에는 교황의 초상화가 그려진 포스터와 배너가 걸렸고, 교황의 차량이 이동하는 도로 주변 건물 옥상에서도 손을 흔들고 환영하는 시민들이 목격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튿날인 2월 1일에는 은돌로 공항에서 대규모 미사를 집전한다.
여기에는 아프리카 곳곳에서 온 가톨릭 신자 등 200만 명에 가까운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바티칸 공식 통계에 따르면 민주콩고의 가톨릭 신자 비율은 1억 명이 넘는 전체 인구의 49%로 아프리카에서 가톨릭 신자가 가장 많은 나라다.
미사를 집전한 뒤에는 반군과 정부군 사이의 반복되는 교전으로 피해를 본 동부 지역 피해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앞서 킨샤사로 향하는 기내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콩고 동부의 고마시를 언급하며 “고마에 가고 싶었지만, 전쟁 때문에 갈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교황의 이번 아프리카 순방은 애초 작년 7월로 예정됐으나 교황의 무릎 통증 치료를 위해 한 차례 연기된 바 있다.
조재철 주민주콩고 대사는 “작년 7월 방문 추진 때는 동부 고마시를 방문할 예정이었는데 이번에는 동부 지역 상황이 안 좋아 모든 일정이 킨샤사 안에서 이뤄진다”고 전했다.
광물이 풍부한 동부 지역에는 민주군사동맹(ADF)과 M23 반군, 말라이카 민병대 등 70여 개의 무장단체가 활동하고 있어 정세가 불안하고 민간인 피해와 인권 침해가 이어지고 있다.
치세케디 대통령은 전날 외교단과 신년하례식 연설에서 교황의 이번 방문에 대해 “반군 활동과 그에 따른 불안정한 치안 상황으로 고통 받는 동부 지역 국민들에 대한 연민과 동정을 표하기 위한 방문”이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일 오전에는 민주콩고 청년과 전도사 등을 대상으로 마르티르스 경기장에서 대중 연설에 나서고 신부, 수도사, 신학생, 예수회 인사, 주교 면담 등의 일정을 소화한다.
교황은 3일 오전 은질리 공황 환송식을 끝으로 민주콩고 일정을 마무리하고 두 번째 순방국인 남수단 주바로 떠날 예정이다.
교황의 이번 아프리카 방문은 2019년 9월에 모잠비크, 마다가스카르, 모리셔스에 사도 방문을 한 지 약 3년 만으로, 새해 첫 번째 사도 순방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