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우리 경제정책의 방향을 180도 돌려놓았다. 핵심 키워드는 ‘민주성(민간주도성장)’이다. 문재인 정부가 정부주도의 분배정책을 강조하면서 ‘소주성(소득주도성장)’을 내세운 것과는 정반대 방향인 셈이다. 경제의 활력을 떨어트리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단숨에 폐기하고, 경제정책을 상식의 선에 올려놓은 것만으로도 우리 경제에 청신호가 켜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은 실체도 없고, 실패가 자명한 정치구호에 불과했다. 최저임금을 무리해서 올리고, 공공일자리를 만들어 소득을 높여주면, 그것이 곧 경제성장의 동력이 될 것이라는 ‘몽상’을 현실에 반영시키고자 했다. 국가경제와 온 국민을 상대로 한 실험은 당연히 실패하고 말았다.
지난 5년간 일자리는 줄어들고, 민간경제는 위축되고, 자영업자들은 도산했다. 남은 것은 폭등한 집값과 물가, 늘어난 국가부채, 감당하기 힘든 세금 폭탄뿐이다.
당시 집권당이었던 민주당마저도 소득주도성장의 실패를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2022년 8월 전당준비위원회 강령분과는 민주당의 강령에서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용어를 슬그머니 지웠다. 이재명 신임 당대표의 핵심 공약인 ‘기본소득’ 마저도 강령에 포함하지 않았다. 국가경제를 파탄내고, 국민들을 고통에 빠트린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다시는 ‘소득’을 주어 ‘소득’을 늘린다는 비현실적인 경제정책을 주장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다행히 윤석열 대통령은 경제성장의 주체가 ‘정부’가 아닌 ‘민간’과 ‘시장’임을 명확히 이해하고 있다. 대통령의 입을 통해 “일자리는 정부가 만드는 게 아니라 기업이 만든다”는 당연한 상식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정부가 직접 챙기겠다며 일자리 상황판을 만들고, 공무원과 공공부문 일자리를 대폭 늘렸던 전임 대통령과는 정반대의 접근법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공공부문을 축소하고, 법인세 인하와 규제개혁을 시도하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규제혁신전략회의가 열린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려온다. 해묵은 기업 규제 뿐 아니라 원격의료, 자율주행 등 신성장산업과 관련된 규제도 해소되기를 바란다.
‘비정상의 정상화’란 우리 사회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로 회복된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것은 뱃머리의 방향을 정반대로 돌리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다. 많은 저항을 이겨내야 가능한 일이다. 당장 법인세 인하 법안이나, 다주택자 규제 완화 정책들은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의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정부가 규제개혁 1호로 선정한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 폐지 역시 소상공인의 강한 반발에 직면해 추진 동력을 잃은 상황이다.
반대자들을 설득하여 성과를 내는 일 역시 정부의 몫이다. 국민과 야당에 개혁의 필요성을 다각도로 설명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런 규제완화책들은 대개 성과가 가시적이지 않거나,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다보니 반대자들을 설득하는 일이 쉽지 않다. 그러나 지난 대선 과정에서 국민은 포퓰리즘 정책 대신 공정과 상식을 택했다. 국민은 옳다고 생각한 바를 뚝심 있게, 추진력 있게 밀어붙이던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에 대한민국의 미래를 걸었다. 정부가 ‘민주성’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 지출 줄이고 정부조직 슬림화 해야
한편, 정부의 지출을 줄이고, 정부조직을 슬림화 하는 것은 야당의 협조 없이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개혁과제다.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지난 정부를 거치며 공공부문의 부채는 늘어나고, 고용인원도 32만 명에서 44만 명으로 대폭 늘어났다. 공공부문의 비대화와 비효율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현 정부의 시급한 과제가 되었다.
심각성을 의식한 정부는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강도 높게 시행 중이다. 공공기관의 예산을 의무적으로 10% 이상 절감하고, 인력 감축 상황을 매년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또 국립휴양림 내 숙박시설 운영이나 한국조폐공사 보안기술 사업을 민간에 이양하여 ‘작은정부’ 기조를 확고히 하고 있다. 경제위기, 코로나 등으로 추경을 시도하거나 떨어진 지지율 만회를 위해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고 싶은 유혹을 이겨내고 지금의 방향성을 계속 유지하는 자세는 중요하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저성장 상황에서도 ‘민주성’ 기치가 더 빛을 발하려면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동, 교육, 연금 분야의 개혁이 필요하다. 국민에게 ‘더 내고 덜 받는’ 지속가능한 방식의 연금개혁을 설득해야 하며, 기업이 기술개발과 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향상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 유연화에도 힘써야 한다.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인력을 배출하기 위해서는 교육시장의 개혁도 빼놓을 수 없다. 개혁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반영한 구체적 성과가 나오길 기대한다.
지금처럼 개인의 자유를 최우선에 두고, 정부가 민간과 시장을 보좌하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시장친화적 정책환경 조성에 힘쓴다면 5년 후 성공한 정부로 대한민국 역사에 기록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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