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발 5개년 계획 60주년 기념 간담회
전문가 이어 국민 96%도 “경제 위기상황” 답해
극복방안 ‘저출산·고령화, 상생정치 실현’ 꼽아
경제 전문가의 97%, 일반 국민의 96.3%는 한국 경제를 위기 상황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과제로는 ‘저출산·고령화 문제 대응’, ‘상생 정치 실현’을 꼽고 있다. 특히 한때 우리 경제를 이끌었던 경제 원로들도 입을 모으며 현 상황을 ‘중층·복합 위기의 시대’로 진단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21일 서울 홍릉 글로벌지식협력단지에서 주최한 경제개발 5개년 계획 60주년 간담회에서 이 같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달 초 경제전문가 405명(교수, 연구원, 금융인)과 20대 이상 일반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다. 특히 경제전문가의 49.9%는 ‘매우 큰 위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경제전문가와 일반국민 모두 위기극복 방안으로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응답은 각 37.0%, 38.2%로 가장 많았다. 경제전문가는 이어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한 규제개혁(32.6%), 진영논리를 벗어난 상생 정치의 실현(29.1%)을 꼽았다. 일반국민은 진영논리를 벗어난 상생 정치의 실현(36.9%), 빈부격차 축소 및 사회안전망 강화(25.3%) 순이었다.
지난 60년간 한국이 이루어낸 경제·사회적 성과에 대해 전문가의 94.3%, 국민의 72.8%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경제·사회적 성과에 영향을 미친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전문가(68.4%)와 국민(44.1%) 모두 정부의 교육 확대 정책과 국민의 교육열을 들었다. 경제·사회적 발전과정에서 미흡했던 점으로는 전문가는 빈부격차 확대(40.5%), 국민은 부정부패(57.7%)를 가장 많이 꼽았다. ‘부동산 투기 및 불로소득’을 지목한 전문가(24.7%), 국민(23.7%)도 적지 않았다.
정치·경제·산업 등 전반적 측면에서 앞으로 5년 후 예상되는 한국의 위치에 대해선 전문가의 56.5%는 ‘우수할 것’이라고 응답한 반면, 국민의 37.7%는 ‘보통일 것’이라고 했다.
미래 한국이 가져야 할 중요한 비전과 가치로 전문가는 공정한 경쟁과 기회의 보장(55.3%), 신뢰 회복 및 사회 통합(37.8%), 성공적 디지털 전환·과학기술의 경쟁력 제고(37.3%) 등을 많이 꼽았다. 국민은 신뢰 회복 및 사회 통합(45.6%), 복지정책 강화 등 국민의 안정적 삶 보장(43.0%) 등 순이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해 역대 부총리·장관 24명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지금의 위기 상황이 대내외의 다양한 요인이 어우러져 있다는 점에서 과거 어느 위기 때보다 중층적이고 복합적이라는데 입을 모았다.
간담회에서 권오규 전 경제부총리는 “최근 경제, 안보, 에너지, 보건, 인구 등 모든 문제가 한꺼번에 들이닥치는 중층적이고도 복합적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과거 우리가 큰 어려움을 극복했듯이 오늘날 어려움도 힘을 합쳐 극복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병완 전 기획예산처 장관도 “현재 우리가 당면한 대내외적 환경과 과제들이 워낙 엄중하고 복합적”이라며 “심각한 저출산·고령화 문제, 성장동력의 저하 문제, 친환경 경제로의 전환, 보호무역주의의 강화 등 도전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 같이 쌓여 있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도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기술패권 경쟁의 심화, 저출산·고령화, 고금리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경제위기에 직면하게 됐다”며 “장바구니·생활물가 안정대책 등 민생경제 안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과감한 규제혁파, 기업과세체계 정비 등을 통한 민간 중심의 경제운용 등 우리 경제의 생산성과 성장잠재력을 제고하기 위한 체질개선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며 “내년 5월께 국내외 전문가를 초청해 우리 경제의 지난 60년의 성과와 과제를 깊이 있게 분석하고, 대한민국이 나아갈 비전과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국제콘퍼런스를 개최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