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 장기화에 ‘5·6월 위기설’ 우려
1분기에 부도 처리된 건설사 9곳
GS 등 대형건설사 신용도 줄하락
PF 대출 연체율 2.7%… 1년 새 2배
악성 미분양 85% 비수도권 몰려
지방 건설사 숨통 틔울 대책 필요
이미지 확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건설업계에서 이른바 ‘4월 위기설’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유동성 공급을 하고 있지만 총선(10일) 이후에도 건설업계 부진이 이어져 ‘5월 위기설’, ‘6월 위기설’이 등장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PF 부실이 건설업계의 도미노 붕괴나 금융권의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하지만, 악성 미분양으로 몸살을 앓는 지방 건설사의 숨통을 틔울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8일 금융당국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건설업계를 둘러싼 각종 지표는 올해 들어서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올해 1분기에 부도 처리된 건설사는 총 9곳이다. 2019년 3분기(13곳) 이후 분기별 부도 건설업체 수는 줄곧 한 자릿수를 유지해 왔지만, 지난해 4분기(10곳) 이후 증가세가 뚜렷하다. GS건설 등 올해만 중대형 건설사 5곳의 신용도가 줄줄이 하락한 것도 시장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지난 1월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6만 3755가구로 1년 전(7만 5359가구) 대비 소폭 줄어드는 데 그치는 등 미분양 적체도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4월 위기설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금융권의 PF 대출 잔액은 135조 6000억원, 연체율은 2.70%다. 1년 전(1.19%)보다 두 배 이상 뛰었지만, 부동산 위기가 불거진 2012년 13%를 웃돌았던 것과 비교하면 안정적인 흐름이라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주로 지방 사업장에 대출을 해 준 증권사(13.73%)와 저축은행(6.94%)의 연체율은 은행(0.35%)을 크게 뛰어넘지만, 이들 업권의 자본비율이 규제비율을 크게 웃돌고 있어 연체율을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고 금융당국은 밝혔다.
금융당국은 PF 사업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지원 방안을 총동원하고 PF 사업장의 재구조화를 유도하는 등 시장의 연착륙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당국은 PF 보증 한도를 종전 25조원에서 34조원으로 늘려 PF 총 대출 잔액의 25%를 막을 수 있게 했다.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운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사업장에도 4조원 규모의 공적 보증을 신설했다. 지방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하기 위해 2014년 이후 10년 만에 기업구조조정(CR)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를 활용한 PF 지원 방안도 꺼내 들었다.
그러나 비수도권 건설사를 중심으로 위기론은 쉽게 진정되지 않고 있다. 당장의 유동성 위기를 넘기더라도 분양을 완료해야 PF 대출을 상환할 수 있지만,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이 1만호를 넘어선 가운데 이 중 85%가량이 비수도권에 몰려 있어 위기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한 중견 건설업계 관계자는 “사업장 숫자가 많지 않은 건설사들은 총선 이후 지방 미분양으로 타격을 입고 줄도산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크다”고 말했다.
이용만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건설업계의 부실 PF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부 책임이 시공사까지 넘어가는 과정이 있겠지만, 금융기관으로 전이되는 시스템적 위기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지방의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기 위해 세제 혜택 등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주문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과거 정부에서는 미분양이 생기면 양도소득세를 감면해 줬다”면서 “현 정부는 지방 미분양만 감면 혜택을 주는데, 양도세 중과 배제를 폐지하는 등 규제를 원래대로 고쳐야 한다”고 했다.
김소라 기자
2024-04-09 1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