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도·강서 패배 후 잠잠했던 與
이승만 다큐 흥행에 인증 릴레이
韓, 영화 관람 뒤 “공과 다시 봐야”
지지층 결집 속 외연 확장 우려도
野 “총선 심판 당할라 독재 미화”
국민의힘이 ‘86 운동권 심판론’ 프레임에 이어 이승만 전 대통령의 업적을 부각한 영화 ‘건국전쟁’ 관람 인증 릴레이를 펼치면서 총선을 앞두고 ‘이념 논쟁’이 불거지는 모습이다. 보수 지지층 결집 효과는 분명해 보이지만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 확장 면에서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시작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13일 페이스북에 “오늘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번영은 건국의 주역과 그 세대의 노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감사하게 여기고 기억하는 것은 이데올로기가 아닌 사람의 염치”라고 썼다. 윤재옥 원내대표도 14일 원내부대표단과 함께 단체 관람을 계획 중이다. 전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건국전쟁 관람 후 “지금껏 이 전 대통령의 공과를 감안할 때 폄훼하는 쪽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던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한 뒤 여권의 관람 인증 릴레이는 종일 이어졌다.
윤석열 정부의 국무위원들도 관람 인증을 잇고 있다. 건국전쟁을 연출한 김덕영 감독은 페이스북에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찍은 사진을 올리며 “건국전쟁 보기 릴레이가 대한민국 국무위원들로 이어지는 것 같다. 영화감독 입장에서는 진심으로 감사하고 보람을 느낀다”고 썼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8년 영화 ‘1987’ 상영관을 직접 찾은 뒤 청와대에서 직원들을 위한 단체 관람 자리를 마련했듯 윤 대통령 역시 건국전쟁 관람에 나설지 관심이 쏠린다.
여권은 전날 기준으로 건국전쟁의 누적 관객 규모(32만 9900여명)가 ‘길 위에 김대중’의 누적 관객(12만 2700여명)을 크게 뛰어넘은 데 대해 고무적인 분위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12월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함께 길 위에 김대중 공식 시사회에 참석했고, 문 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경남 양산에서 민주당 당원 200여명과 함께 해당 영화를 관람했다.
총선 예비후보들은 관람 인증에서 한발 더 나아가 민주당 공격에 나섰다. 오는 4월 총선에서 ‘수원벨트’에 나서는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우파는 ‘서울의 봄’을 봤다고 악플 달고 좌표 찍어 비난하지 않는다. 건국전쟁을 본 사람이 막 밉고 이상한 사람처럼 보인다면 잘못된 역사교육을 받았다는 증거”라고 썼다.
여권 내부에서는 지난해 ‘육군사관학교의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등으로 촉발됐던 이념 논쟁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여권은 지난해 11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이념 논쟁을 삼갔다. 여당의 한 의원은 “이 전 대통령과 영화에 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면 문제가 없는데 인위적으로 어떤 의도가 있는 것처럼 비치면 총선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한 재선 의원은 “문화예술계에서 보수 진영이 위축됐던 만큼 응원과 격려 차원”이라며 “선거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가보훈부가 지난달 이 전 대통령을 ‘이달의 독립운동가’로 선정하자 철회를 요구했던 민주당은 비판을 쏟아 냈다. 진성준 의원은 “윤석열 정부를 향한 국민적 심판 여론에 놀란 집권당이 지지층 결집을 위해 이념 전쟁에 나선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며 “여야가 민생으로 경쟁해도 모자랄 판에 독재자 이승만을 미화하다니, 참으로 한심하고 기가 막히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휠체어에 앉은 가수 강원래씨가 해당 영화를 보려다 영화관에서 겪은 어려움을 언급하며 “시행령 개정을 포함해 이 부분을 개선해 상식적인 세상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