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교향악단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전설적인 거장 지휘자 안토니오 파파노(65), 최정상 스타 피아니스트 유자 왕(37). 각각의 이름만으로도 클래식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최고의 음악가들이 환상의 팀을 이뤄 국내 무대에 선다.
이들은 오는 10월 2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전석 초대로 열리는 서울신문 창간 120주년 기념 음악회 ‘안토니오 파파노 경 & 런던 심포니 with 유자 왕’에서 섬세함과 열정, 낭만과 기품이 넘치는 천상의 선율로 가을밤을 물들일 예정이다.
런던 심포니는 서울신문 전신인 대한매일신보가 창간된 해인 1904년에 설립돼 120년 전통을 지닌 명문 악단이다. 한스 리히터, 클라우디오 아바도, 발레리 게르기예프, 사이먼 래틀 등 당대 최고 지휘자들의 손을 거쳐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로 자리매김했다. 클래식뿐 아니라 ‘스타워즈’ 등 영화 사운드트랙 작업과 비틀스, 마이클 잭슨 같은 대중음악가들과의 협연을 통해 도전과 혁신의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 악단으로도 유명하다.
런던 심포니의 내한 공연은 명장 래틀이 지휘하고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협연한 2022년 10월 무대 이후 2년 만이다. 한국에 올 때마다 열렬한 환영을 받는 런던 심포니이지만 이번 공연에 쏠리는 관심은 한층 특별하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음악감독으로 오케스트라를 이끌었던 래틀의 뒤를 이어 이달부터 새 상임지휘자가 된 파파노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오페라 지휘자로 꼽히는 파파노는 교향곡과 협주곡 등 모든 방면에서 최상의 연주를 이끌어 내는 완벽주의자로 정평이 나 있다. 영국 런던의 이탈리아계 가정 출신으로 13세에 미국으로 이주해 음악을 공부하는 등 다문화적인 성장 배경을 지닌 그는 피아니스트로 시작해 반주자, 성악 연습 코치를 거쳐 지휘자가 됐다. 2002년 런던 로열 오페라하우스 최연소 음악감독, 2005년 이탈리아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에 발탁돼 각각 22년, 18년간 두 악단을 성공적으로 이끌었으며 2012년 음악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영제국 기사 작위 ‘경’(Sir) 칭호를 얻었다.
파파노는 1996년 객원 지휘를 시작으로 음반 작업 등 런던 심포니와 꾸준히 인연을 이어 왔고 지난 1년 동안은 상임지휘자 내정자 신분으로 연주를 함께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상임지휘자에 취임한 이후 청중 앞에 서는 첫 무대는 의미와 무게감이 다를 수밖에 없다. 황장원 음악칼럼니스트는 “세계 음악계가 영국 대표 교향악단과 거장 지휘자의 시너지 효과를 주목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번 내한 공연은 그 진가를 확인할 기회”라고 했다. 파파노의 한국 방문은 2018년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와 내한해 조성진과 협연한 이후 두 번째다.
피아니스트 유자 왕은 탁월한 연주력과 음악성은 물론 파격적인 패션과 무대 퍼포먼스로 화제성까지 겸비한 ‘클래식계의 슈퍼스타’다. 중국 베이징의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나 여섯 살 때 피아노를 시작한 그는 열다섯 살부터 미국 커티스 음악원에서 게리 그래프먼을 5년 동안 사사했다. 2007년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 예정이던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대타로 무대에 올라 뛰어난 기량을 선보여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는 올해 그래미 어워즈 클래식 악기 솔로 부문 수상자에 선정돼 ‘21세기 건반 여제’의 입지를 재확인했다. 한정호 음악평론가는 “150㎞ 강속구를 던지면서 변화구에도 능한 투수처럼 유자 왕은 음악성과 기교를 모두 갖춘 천재적인 연주자”라며 “파파노와 런던 심포니, 유자 왕의 협연은 말 그대로 최상의 조합”이라고 했다.
유자 왕은 이번 내한 공연 1부에서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한다. 라흐마니노프가 17세에 작곡한 첫 번째 피아노 협주곡으로 청년 작곡가의 열정과 생동감, 화려한 기교가 돋보이는 곡이다. 유자 왕의 폭발적인 에너지와 뛰어난 피아노 테크닉을 직관할 수 있는 무대로 기대를 모은다.
2부에서는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1번 거인’이 연주된다. 말러가 젊은 날의 고뇌와 희망을 담아 쓴 곡으로 작곡가의 후기 교향곡에 비해 이해하기 쉬워 말러 입문용 작품으로 꼽힌다. 말러가 독일 라히프치히 오페라의 지휘자로 활동하면서 곡을 완성해 초연했다. 독보적인 오페라 지휘자인 파파노가 이번 무대에서 런던 심포니와 호흡을 맞춰 말러의 음악을 어떤 관점과 색깔로 풀어낼지가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