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김지영 기자] 비판적 미디어학자가 제시하는 한국사회의 미래. ‘초일류’를 넘어서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서. 『초일류를 넘어서(양장본 Hardcover): 마동훈이 바라본 대학·미디어·정치(나남, 2022.07.25.)』는 미디어 문화와 역사를 가르치며 ‘문화연구를 통한 인간 탐구’라는 독자적 영역을 개척해 온 마동훈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의 사회평론집이다.
10년 이상 지면상으로 발표한 평론을 선별ㆍ정리한 책으로, 한국사회의 밑바탕이 되는 ‘대학·미디어·정치’에 대한 날선 비평으로 가득하다. 70여 편의 칼럼은 모두 다른 시기, 다른 주제 아래 쓰였지만 그가 지닌 문제의식은 확고하고 흔들림 없다. 파괴적 자기혁신으로 성장 모델의 체질 그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혁신이 향하는 곳이 바로 ‘초일류 너머’다.
‘초일류’가 지금의 단선적인 줄 세우기식 경쟁체제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순위상의 일등’이라면, 초일류를 넘어선 새로운 선두주자를 상상해 보는 일은 한국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극복할 경쟁의 판도를 설계하는 작업과 맞닿아 있다. 미디어이론 연구자다운 날카로운 비평적 시선과 동ㆍ서양 역사 및 문화를 아우르는 풍부한 레퍼런스에 힘입은, 지금 가장 유효한 진단서다.
“대학·언론·정치의 세 가지 축으로 다시 세워 보는 미래사회”
이 책에서는 저자는 ‘지식인을 키우는 대학’, ‘바꿔야 사는 언론’, ‘시민을 바라보는 정치’, 세 가지를 논한다. 인공지능을 필두로 한 새로운 산업혁명의 시대가 다가오는 지금, 대변혁의 때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서 맞이하기 위해서는 각자가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동시에 필요할 때 머리를 맞댈 줄 아는 ‘초연결’ 체제가 구축되어야 한다. 저자가 한국사회를 대학, 언론, 정치라는 세 가지 중심축으로 나누어 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상호교차성’을 담보로 한 학제 간 통합적 연구를 통해 대학이 새 시대에 걸맞은 지식인을 길러 내면, 미디어가 탄탄한 신뢰자본을 바탕으로 미래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정치가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여 이에 힘을 실어 주는 식이다. 이렇게 삼자 간의 유연한 협력으로 ‘합격자’와 ‘탈락자’를 가려내는 데 급급했던 이전의 경쟁만능주의를 극복하고, 공동체 구성원들이 중도 탈락할 일 없는 비선형적 발전 모델을 구축해 나간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새 시대의 문턱에서 주목한 공동체와 공동선”
문화연구자로서 인간이 추구해야 할 최종적 가치인 자유를 획득하는 법을 모색해 온 학자답게 저자는 제4차 산업혁명을 대비할 혁신적 사고를 강조하면서도 본질적 가치의 중요성을 결코 놓치지 않는다. 신(新)성장 동력이 제대로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공동선을 지향하는 공동체주의의 회복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학과 언론 그리고 정치 삼자가 바뀌어야 함은 분명하지만, 이는 변화를 위한 변화라기보다는 각자의 본질적 존재 이유를 뚜렷이 하기 위함이다. 교육과 미디어, 정치는 모두 시민과 ‘가슴높이’를 맞추어 공동선을 바탕으로 공동체를 존속하는 데 힘써야 한다는 게 결국 그가 내놓는 통찰의 핵심이다.
현 체제의 구조적 모순을 극복하자는 제안에 더해 보다 장기적인 지향점까지 제시한 셈이다. 오늘날의 한국사회가 마주했고, 또 마주할 위기 상황에 대한 시평과 더불어 공동체가 나아갈 방향성을 함께 톺아보며 독자들은 한국사회의 미래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자 마동훈은 고려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에서 언론학 석사학위를 받은 후 영국 리즈대(University of Leeds)에서 대중문화의 생산과정에 대한 사회학적 연구로 커뮤니케이션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로, 역사학 및 사회학적 관점에서 미디어 문화를 가르치고 연구한다.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및 미국 텍사스 주립대(오스틴), 라이스대, 영국 맨체스터대, 우간다 크리스천대 초빙 방문교수 등을 지냈다. 국제커뮤니케이션학회(ICA) 영상연구(Visual Studies) 회장을 지냈으며〈한국언론학보〉,〈한국방송학보〉,〈언론과 사회〉, Asian Communication Research 등 주요 학술지 편집장으로 활동했다.
고려대에서는 대외협력처장, 〈고대신문〉 주간, 미디어학부장 및 언론대학원장, 미래전략실장을 지냈다.〈중앙일보〉,〈매일경제〉,〈한국일보〉의 고정 필진으로 글을 쓰고 있다. 최근에는〈창의적 미디어 기획과 표현〉, 〈미디어와 대중문화〉,〈미디어 역사와 철학〉을 강의하고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