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 칼럼니스트] 카메라를 기준으로 연예인과 매니저를 나눌 수 있다. 카메라 앞에 연예인이 나선다면 매니저는 카메라 뒤로 물러서 있다. 대중들은 카메라에 찍힌 연예인의 이미지를 주로 보게 되고 카메라 뒤 매니저의 존재는 의식하기 어렵다. <전지적 참견 시점>이라는 프로그램이 방영 초 선풍적 인기를 얻은 것은 평소 접하기 어려운 매니저를 비춰주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전지적 참견 시점>은 주로 영화나 앨범 등 새로운 홍보 이슈가 있는 연예인을 다루기 때문에 초기의 신선함은 사라졌다. 그런데 요즘 매니저의 다양한 모습을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뉴스와 드라마가 생겼다. 현실 속 이야기와 드라마 속 이야기이지만 세상에 있을 법한 매니저들을 그리고 있다.
이승기의 매니저
스타 연예인 이승기가 다소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다. 고등학생 때 가수로 데뷔하고 18년간 배우와 방송인으로도 성장한 그가 소속사로부터 음원 수익을 전혀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승기는 그동안 수익을 내지 못한 가수로 알고 있었는데 회사 직원이 잘못 보내온 문자 메시지 덕분에 자기가 수익을 내지 못한 게 아니라 수익 배분을 받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한 매체는 이승기가 어떻게 음원 수익을 받지 못했는지 그 경과를 자세히 전했다. 이에 대해 소속사 후크 엔터테인먼트의 대표는 공개적으로 “자기 불찰”이라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후크 대표의 녹취록도 알려졌는데 더 큰 충격을 주었다. 거기에는 수익 배분을 지적한 이승기에 대한 폭언이 담겨 있었다.
폭언의 내용으로 보아 후크 엔터테인먼트 대표의 평소 성향을 가늠할 수 있다. 긍정적으로 표현하면 화통하고 부정적으로 표현하면 폭력적이다. 이 때문에 여러 매체가 후크 대표의 이승기를 향한 가스라이팅 의혹을 제기했다. 이승기를 대표에게 의지하게 만들어 소속 회사를 바꾸지 못하게 이끌었다면서 18년의 의리가 사실은 가스라이팅이었다는 것이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표의 비중이 높은 중소 규모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수익 배분에 관한 잡음이 많다고 했다. 대표의 혜안으로 연예인을 발굴해 스타를 만들었거나 대표의 능력으로 자산을 불리는 회사가 특히 그런 경향이 강하다고도 했다. 이승기가 소속된 후크 엔터테인먼트가 그런 범주에 드는 회사로 보인다.
후크 엔터테인먼트의 대표는 고등학생인 이승기를 스타로 만들었고,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윤여정 등 탑급 배우 다수를 영입했다. 또한 회사 자산, 특히 부동산 투자를 통해 회사 규모를 키우는 능력도 있었다. 그런데 2021년까지 대표의 지분이 100%인 것에서 보듯 후크 엔터테인먼트는 개인 회사에 가깝다.
기업 공개를 하거나 이를 염두에 둔 회사들에는 체계와 절차는 물론 증빙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은 회사라면 대표의 의견이 곧 체계와 절차가 되고, 대표의 지시에 따라 증빙을 소홀히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만약, 이승기가 전한 소식이 사실이라면 후크 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연예인을 계약으로 묶어 두는 것은 물론 불공정한 계약으로 연예인을 착취한 매니저이다.
메쏘드 엔터테인먼트의 매니저들
‘메쏘드 엔터테인먼트’는 tvN 드라마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에 배경으로 나오는 회사다. 드라마 속 회사이지만 메쏘드 엔터테인먼트는 다양한 매니저 유형을 보여주며 연예인과 상호보완적 관계인 매니저 세계를 엿볼 수 있게 한다.
메쏘드 엔터테인먼트에는 이사급(?) 팀장 매니저들이 일한다. 이사급이라고 표현한 것은 회사 안에 독립된 사무실이 있고 회사에 대해 주인 의식도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배우들에게 헌신적이기까지 하며 그들에게 신뢰를 얻고 있다.
김중돈 팀장(서현우 분)은 감성적이다. 배우가 처한 상황을 배우의 입장에서 함께 고민한다. 나이 먹으며 배역에 한계가 생기는 여배우의 고민에 자기 이야기처럼 공감한다거나 재능을 미처 몰라본 신인 배우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김중돈 팀장은 배우를 먼저 배려하며 신뢰를 쌓는 매니저이다.
반면, 천제인 팀장(곽선영 분)은 이성적이다. 관계가 틀어진 배우들을 화해시키기 위해 양측을 오가며 문제의 원인을 찾는다. 기본적으로 자세히 듣고, 문제를 명확히 파악하고, 해결점도 시원하게 도출한다. 조금은 계산적이지만 이 또한 배우를 위하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회사와 프로젝트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그런 관점에서 천제인 팀장은 균형감 있는 매니저이다.
메쏘드 엔터테인먼트에는 대표급(?) 이사인 마태오(이서진 분)도 있다. 전문 경영인 타입인데다 전 대표가 갑자기 사망해 그 자리를 메워야 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그는 회사 수익을 먼저 생각한다. 영화 계약을 위해 거짓으로 상황을 연출하기도 한다. 배우에게 믿음을 주고 신뢰를 얻기보다는 계약금 규모로 신뢰를 사는 매니저라 할 수 있다.
물론 메쏘드 엔터테인먼트는 드라마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에 배경으로 나오는 허구의 회사일 뿐이다. 제목이 상징하듯 매니저의 여러 유형을 그리고 있다. 드라마라서 과장되거나 미화된 부분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볼 수 있는 여러 매니저 유형을 잘 표현하고 있다는 평을 얻고 있다.
연예인과 매니저의 이상적 관계는
뉴스에 나왔다고 해서, 혹은 드라마로 그려진다고 해서 거기에 등장한 매니저들이 한국의 매니저들을 대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미디어에 잡힌 이상 대중들에게는 매니저에 대한 선입견으로 작용했을 게 분명하다.
한편, 25일 후크 엔터테인먼트 측은 이승기가 주장한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회사의 공식 입장을 통해 “이승기씨에게 지급한 상당한 액수의 수익 정산 내역을 면밀하게 검토 중”이라며 국면 전환을 노렸다.
이렇듯 연예인과 연예기획사의 분쟁은 돈 문제가 걸려 있을 때가 많다. 분명한 것은 연예인과 연예기획사의 이상적 관계는 서로의 부족한 점들을 보완하는 관계인 듯 싶다. 어쩌면 그런 관계를 유지하는 연예인과 연예기획사가 현실 속에 많을지도 모른다. 다만 정도에서 벗어난 일부 회사가 연예인 매니저에 대한 오해를 만들고 있을 뿐.
강대호 칼럼니스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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