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렘린도 “일정 조율 중” 확인
24년 만의 방북, 절실한 필요 방증
답방 시기 3월 러 대선 전후 거론
북한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빠른 시일 내’에 북한을 방문하겠다는 뜻을 전했고 푸틴 대통령을 환대할 준비가 돼 있다고 21일 밝혔다. 전날 러시아 크렘린도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밝혀 푸틴 대통령의 북한 방문은 확정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최선희 외무상의 지난 15~17일 러시아 공식 방문 결과와 관련한 외무상 보좌실 공보를 통해 “푸틴 대통령 동지가 김정은 국무위원장께서 편리한 시기에 평양을 방문하도록 초청하신 데 대해 다시금 깊은 사의를 표하고 빠른 시일 내에 방문하려는 용의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또 “푸틴 동지의 우리나라 방문을 열렬히 환영하며 조선 인민의 가장 친근한 벗을 최대의 성심을 다해 맞이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전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푸틴 대통령의 북한, 튀르키예 방문 일정에 관한 질문에 “정확한 날짜는 아직 없다”면서도 “외교채널을 통한 조율이 진행 중이며 확정되는 대로 알리겠다”고 답했다.
푸틴 대통령은 2000년 7월 옛 소련을 포함해 러시아 최고지도자로는 처음 북한을 방문했다. 올해 답방한다면 24년 만에 다시 북한을 찾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당시 평양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나 북러 우호협력과 상호원조조약을 체결하며 경제협력의 물꼬를 텄다. 이는 한국과 소련의 수교 이후 냉랭해진 북러 관계를 푸는 계기가 됐다.
이후 24년 만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째 이어지는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이 직접 북한에 간다는 건 그만큼 절실한 필요성이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2000년에는 북한이 러시아와의 관계가 필요했고 러시아보다 상대적으로 약했지만 지금은 북한이 포탄과 무기 등을 줄 수 있고 러시아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9월 정상회담이 서로의 긴급한 필요에 의한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좀더 상징적 의미를 부각시키고 대내외적으로 제대로 보여 주기 위한 회담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명예교수도 “양국 모두 국제사회 제재를 받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서로 협력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최고로 맞아떨어진다”며 “중국과 달리 북러는 이미 고립된 상태에서 눈치를 볼 필요도 없고 어느 때보다 긴밀한 행보를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보도된 외무상 공보도 북러 관계에 대해 “불패의 전우 관계, 백년대계의 전략적 관계로 끊임없이 승화발전될 것”이라고 언급하며 더욱 깊어진 밀착을 과시했다. 러시아가 북한에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지지와 연대성’을 보내 준 데 사의를 표했다고 전한 대목은 북한의 무기 제공에 대한 감사를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푸틴 대통령 답방의 ‘빠른 시기’로는 3월 러시아 대선 전후가 우선 거론된다. 푸틴 대통령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의 회담도 예정하고 있는데, 현지 매체는 다음달 12일 푸틴 대통령이 방문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허백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