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을 시작하는 날부터 국정 수행을 평가하는 여론조사가 행해진다. 회사도 먹고살아야 하겠지만, 일에는 의미가 있고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돼야 하는데, 여론조사가 비지지자의 목소리만을 증폭시켜 국민 분열과 국가 혼란을 야기시키는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 필요한 시기에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면 될 여론조사가 사익을 탐하며 정치적 의도에 편승한 채 내려올 줄을 모른다. 며칠이나 됐는데 평가한다는 말인가.
여론조사가 정말 의미 있고 신뢰할 만한 것이라면 막대한 세금만 들고 번거로움만 초래하는 대규모 선거제도를 여론조사로 대치하거나, 온 국민이 참여하는 직접선거를 그만두고 여론조사처럼 유권자를 일정 수 무작위로 선발해 선거를 치르라고 해야 할 상황이다. 사실 반드시 내가 참여해야 좋은 선거 결과를 얻어내는 것도 아니다.
선거를 위한 여론조사는 정치 구도를 일방적으로 고착화해 새로운 변화를 차단하고 국민의 선택을 왜곡시키는 악영향이 두드러지는 만큼, 특히 정치인에 대한 여론조사는 시기나 방법 등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 여론조사 자체가 정치 행위가 돼서는 곤란하다.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될 우려가 높은 제도는 공공의 영역에서 배제해야한다. 여론조사는 사적 목적으로 활용하도록 하고, 공익 목적에 부합한 경우에 한해 국민에게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국민의 선택을 강요할 우려가 큰 여론조사는 조사의 순기능을 상실하는 것이다. 순기능이 기대되던 제도도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 폐지 또는 재설계를 하는 것이 순리다.
정당이란 이해관계를 함께하는 사인 집단이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출발한 것이니 정당 내부의 일은 정당 스스로 처리함이 옳다. 국민경선이다 뭐다 국민을 끌어들이는 일은 늘 보듯이 부조리가 많은 부패적 연출이 되곤 한다. 정치적 술수만이 난무하는 혼탁한 제도로 정당성을 부여받으려 해서는 안 된다. 국민에게 물어보고 결성한 정당이 아닌데 정당 내부의 일을 국민에게 물어 처리하는 것은 이치에 반한다. 여론의 도움 없이는 정의나 공정을 지켜내지 못할 그런 무능한 정당이라면 존재할 가치가 없다. 매사 자체적으로 결정한 결과를 가지고 당당하게 국민의 선택을 받아라.
정치가 국민에게 귀를 기울이는 것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방향을 선도해 국민을 설득하고 이끌어가는 것도 정치다. 늘 국민에게 물어만 보고 하는 정치에 전문성이나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이 작동하겠는가.
모세종 인하대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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