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결 참여한 한국노총, 업종별 구분 적용 연구용역 재검토 요청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30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9천620원으로 결정한 뒤 “타당성이 있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논의해야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제8차 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최저임금처럼 국민 경제에 엄청나게 큰 영향을 미치는 의사 결정을 깜깜이로 할 수는 없지 않으냐”며 이같이 말했다.
박 위원장의 기자 간담회에 앞서 최저임금위는 법정 심의 기한을 약 10분 남겨둔 전날 오후 11시 50분께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9천160원)보다 5.0% 인상된 9천620원으로 의결했다.
박 위원장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 5.0%에 대해서는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3개 기관의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전망치 등을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들 기관의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전망치의 평균은 각각 2.7%, 4.5%로 계산됐다.
이 두 지표를 더하고 취업자 증가율 전망치 2.2%를 빼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도출했다는 게 박 위원장의 설명이다.
박 위원장은 노사 양측이 이번 인상률(5.0%)에 반발하는 것에 대해서는 “최저임금 제도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불만의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며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최저임금안은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위원장은 2014년에 이어 8년 만에 법정 심의 기한을 지킨 것과 관련해서는 “경제적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기한을 준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최저임금 심의가 국민 경제·시장의 리스크 요인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표결을 거쳐 결정됐다.
노사 양측은 박 위원장의 요청에 따라 3차례에 걸쳐 요구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입장 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자 공익위원들은 9천620원을 제시한 뒤 표결을 제안했다.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9명씩 모두 27명으로 구성된다.
근로자위원 9명 가운데 민주노총 소속 4명은 9천620원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회의장에서 퇴장해 표결에 불참했다.
한국노총 소속 5명만 표결에 참여했다.
사용자위원 9명은 표결 선포 직후 전원 퇴장했다.
이들은 기권 처리됐다.
결국 재적 인원 27명 가운데 민주노총 근로자위원을 제외한 23명이 투표에 참여한 셈이 됐다.
결과는 찬성 12명, 기권 10명, 반대 1명으로 가결이었다.
공익위원 9명 전원이 찬성한 것으로 가정하면 한국노총 소속 근로자위원 5명 중 3명은 찬성, 1명은 기권, 1명은 반대에 투표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한국노총은 취재진에 “앞으로 오를 물가를 고려하면 5.0%는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근로자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저임금 노동자의 가구 생계비를 최저임금의 핵심 결정 기준으로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중과부적(적은 수효로 많은 수효를 대적하지 못함)이었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한국노총이 민주노총과 달리 표결에 참여한 것과 관련해서는 “표결에 불참하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저임금 노동자에게 돌아오기 때문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한국노총 소속 근로자위원들은 표결에 참여하는 대신 공익위원들이 정부에 권고한 업종별 구분 적용 연구 용역을 재검토해줄 것을 박 위원장에게 요청했다고 한다.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 적용 문제는 내년 심의(2024년 적용)의 핵심 쟁점으로, 공익위원들은 이와 관련한 기초자료 연구를 노동부에 권고한 상태다.
박 위원장은 한국노총의 우려를 노동부에 전달하겠다면서 노동부의 수행 과제가 악용되는 일이 결코 없도록 하겠다고 답했다고 한국노총은 전했다.
이 총장은 “업종별 구분 적용에 대한 명확한 반대의 입장을 다시 한번 밝힌다”며 이를 강행할 경우 노사 관계는 파국에 이를 것임을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