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자스시티 우승 행사장 22명 사상
1명 사망… 부상, 어린이 9명 포함
15명 중태… 현장 체포 3명 조사
“폭죽 같은 소리에 울면서 뛰었다”
FBI 등 800명 배치에도 못 막아
조지아주선 괴한에 학생 4명 다쳐
유권자 43% “소유권 보호 더 중요”
매년 4만명 이상 총기 사고 참변
총기 규제 11월 대선 주요 이슈로
14일(현지시간)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서 미국프로풋볼(NFL) 슈퍼볼 우승팀 캔자스시티 치프스의 우승 퍼레이드 현장이 총격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이날 조지아주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괴한이 총기를 난사하는 일이 발생했다. 미국 각지에서 총격 사건이 벌어지는데도 상당수 미국인은 수정헌법 제2조에 명시된 모든 국민의 총기 소지의 권리를 지지하며 총기 규제를 반대하고 있다.
이날 캔자스시티의 명소인 유니언센터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1명이 사망하고 어린이 9명을 포함한 21명이 총상을 입었다. 이곳에는 이날 하루 100만여명이 모여 치프스의 2연패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다.
뉴욕타임스(NYT)와 CNN 등은 현장에 ‘불꽃놀이’ 같은 총성이 울려 퍼지자 수십만명의 인파가 몰려 있던 현장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으로 변했다고 보도했다. 캔자스시티 치프스를 상징하는 빨간색 티셔츠를 팔던 애드리언 로빈슨은 NYT에 “폭죽 소리가 난 뒤 사람들은 정확히 반대 방향으로 뛰어왔다”며 “그들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울고 있었다”고 말했다.
메인 행사 무대 근처에서 핫도그를 팔던 이언 존슨은 “총소리가 처음엔 폭죽 소리처럼 들렸다”면서 “사람들이 자신의 가판대 밑으로 들어온 뒤에야 총기 난사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지역 방송국에서 15년간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리사 로페즈 갈반은 이날 총격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던 중 사망했다. 15명은 중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이날 오후 웹사이트를 개설하고 총기 난사 사건 정밀 감식을 위해 시민들에게 목격 내용이나 영상을 제보해 줄 것을 요청했다. 스테이시 그레이브스 캔자스시티 경찰서장은 “현장에서 체포된 피의자 3명은 구금 중이며 이 중 최소 2명은 무장 상태였다”며 “구체적인 범행 동기를 수사중”이라고 말했다.
당시 현장에는 FBI를 비롯해 연방 주류·담배·화기 및 폭발물 단속국(ATF) 요원 800여명이 배치돼 있었지만 사고를 막지 못했다.
NYT에 따르면 조지아주 애틀랜타시에 있는 벤저민메이스 고등학교 주차장에서도 학생들에게 총탄이 쏟아져 학생 4명이 다쳤다. 현지 경찰은 총격범이 차에서 총을 난사한 직후 도주했고 신원이나 범행 동기 등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지난 12일에도 뉴욕의 한 지하철역에서 10대들이 총기를 난사해 1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 전날에는 텍사스의 한 교회에서 30대 여성이 총격을 벌여 2명이 부상한 일이 있었다.
미국 비영리단체 총기폭력아카이브(GVA)는 지난해 한번에 사상자가 4명 이상 나온 총기 난사 사건이 650건이었고, 4만 2151명이 사망했다고 집계했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통계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21년까지 매년 약 4만명 이상이 총기 사고로 숨지고 있다.
지난해 1월 정치매체 폴리티코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미국 등록 유권자의 43%는 미국인의 총기 소유권을 보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반면 총기 소유를 제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23%에 그쳤다.
지난해 기준 미국 내 7개 주에서 공개 총기 소지를 전면 금지하고 있으며, 8개 주에서는 주민들이 주정부에 총기를 등록하도록 하고 있다. 복수의 연구에 따르면 강력한 총기 안전법을 시행하는 주일수록 총기 사고가 덜 발생하고, 민간에서 총기를 쉽게 소유하는 것이 총기 폭력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예를 들어 강력한 총기안전법을 시행 중인 매사추세츠주는 인구 10만명당 총기 폭력 발생률이 3.4%에 불과하지만 가정용 총기 소지율이 가장 높은 미시시피주는 33.9%나 됐다.
사건이 발생한 미주리주(23.2%)는 총기 규제가 가장 허술한 주로 꼽힌다. 미주리주는 기본적인 총기 폭력 예방법이 없을 뿐만 아니라 2007년에는 80년 된 총기 구매 허가제를 폐지해 미주리주의 총기 살인율이 최대 27%까지 증가했다. 캔자스시티에서도 대량 총기 사고가 빈번해지고 있다. 이곳은 지난해 182건의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종전 최다 기록인 2020년의 179건의 수치를 경신했다.
총기 규제는 이번 대선에서도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 미 공화당 유력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전미총기협회(NRA) 행사에 참가해 ‘스스로 방어할 권리는 여러분이 문 밖으로 나갔을 때 끝나는 것이 아니다“라며 “새 (대통령) 임기 첫날 합법적인 총기 소유자에 대한 조 바이든의 전쟁을 끝내겠다”고 말했다.
총기 폭력 사태가 일어날 때마다 공격용 소총 등을 금지하는 입법을 요구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백악관 행사에서 “우리는 수정헌법 2조를 통과시켰지만, 대포를 소지할 수 있도록 허용하지는 않았다”면서 “소유할 수 있는 것(총기)에는 일정한 제한이 있으며 이는 수정헌법 2조 위배가 아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