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국회의원 181명이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며 국회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정국’으로 접어들었다. 이에 대통령실이 국정조사 요구를 노골적으로 비난해 또 논란이다. 전날 국정감사 중 ‘웃기고 있네’라는 메모를 썼다가 지운 일로 문제를 일으킨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야당을 공격하고 있다는 비판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국정조사 요구서를 통해 ‘용산 이전’ ‘마약 단속’ 등을 참사 요인으로 꼽은 것에 대해 “가짜뉴스가 포함돼 있다”며 반대 입장을 폈다.
박홍근·이은주·용혜인 등 181인은 9일 오후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이들이 제출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보면,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조사 범위는 △용산 이태원 참사의 원인과 대규모 인명 피해 발생의 직·간접적 원인 및 책임 소재 규명 △참사 발생 전후 서울시, 용산구 등 지방자치단체 및 소방청·경찰청,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국무총리실, 대통령실 등 정부의 상황 대응 등 재난안전관리체계의 작동 실태 조사 △참사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사실관계 은폐, 축소, 왜곡 의혹 규명 등이다. 이 밖에도 조사특위는 “희생자와 피해자 및 그 가족, 현장 수습 공무원, 언론인, 시민, 피해 지역에 대한 정부 지원대책의 적절성 및 후속 대책 점검”도 조사 범위에 포함했다.
조사 특위는 교섭단체 및 비교섭단체의 의석 비율대로 선임하는 위원 18인으로 구성하는 특별위원회로 구성된다.
야당 의원들은 국조 요구서의 조사 목적에서 현재까지 나온 참사 원인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들은 “용산 이태원 참사의 직·간접적 원인으로 △3년 만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없는 핼러윈 축제로 평소보다 훨씬 큰 인파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됐음에도 정부와 지자체가 사전 안전관리대책을 세우지 않은 점 △참사 당일 ‘살려달라’는 현장의 112신고 등에도 즉각 대처가 없었던 점 △재난 상황 발생 초기 보고 및 대응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점 등이 제기되고 있다”고 썼다.
이들은 특히 “이번 참사의 근본적 배경에는 대통령실 용산 이전에 따른 경호·경비 인력의 과다 소요, 참사 당일 마약 범죄 단속 계획에 따른 질서유지 업무 소홀 등이 작용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대목을 두고 국민의힘이 문제를 삼았다.
대통령실에서 국정조사 요구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와 반발을 사기도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후 김은혜 홍보수석 브리핑에 이은 질의응답에서 국정조사 요구서 제출에 “나는 이 큰 슬픔은 정치에 활용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일 오후 국회 운영위 예결산심사에서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김은혜 수석이 해외순방 준비로 불출석한 것을 양당 간사들이 허용해줬는데, 지금 대통령실 브리핑을 하면서 대통령실과 배치되는 얘기를 하고 있고, 국정조사 요구서를 정치적으로 폄훼하고 있다”며 “이러라고 우리가 운영위 불출석을 허락해줬느냐”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슬픔을 정치에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발언한 대통령실 고위관계자가 김은혜 수석이라고 공개하면서 “야당을 느닷없이 공격하고 있다”며 “(이럴거면) 지금이라도 국회 운영위에 나와서 어제 있었던 일과 더불어 (지금 발언에 대한) 해당 내용을 해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대기 비서실장은 “정기 브리핑 시간이라서 얘기한 것”이라며 “(저 언급을 하는데) 그렇게 오래 걸린 것은 아니니 양해 좀 부탁 드린다”고 해명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 브리핑에서 “국민의힘은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경찰 수사와 감찰이 먼저이고, 강제력 없는 국정조사는 수사를 방해할 뿐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했지만, 숫자의 힘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제출된 요구서를 보면 조사 목적에 세월호 참사를 끼워 넣었고, 조사 범위에 대통령실을 추가해 불순한 목적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고 반박했다.
장 원내대변인은 “조사 배경에도 대통령실의 ‘용산이전’과 참사 당일 ‘마약단속’이 참사를 초래했다는 가짜뉴스를 그대로 옮겨 적었다”며 “진실규명과 재발방지는 관심 밖이고 오직 정쟁의 시간만 끌겠다는 속셈”이라고 폄훼했다.
장 원내대변인은 “이미 행안위, 법사위, 운영위, 예결위 등에서 현안 질의를 진행했지만 새로운 사실 규명 없이 정쟁만 하다가 끝이 났다”며 “국정조사가 시작되면 결국 똑같은 레퍼토리만 반복하며 유가족과 국민들의 고통만 키울 것이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장 원내대변인은 “야당은 단독으로라도 강행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지만 그런 국정조사라면 ‘그들만의 리그, 끼리끼리 조사’로 전락할 것”이라고 반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