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광화문라운지’ 강연
규칙·페이스메이커 등 3원칙 강조
근육긴장이상증 시련… 건강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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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마라토너 이봉주가 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광화문라운지에서 ‘마라톤을 통해 배우는 인생의 지혜’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홍윤기 기자
“규칙의 힘을 믿어라. 페이스메이커를 곁에 둬라. 데드포인트를 즐겨라.”
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서울신문 광화문라운지’의 강연자로 나선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는 ‘봉달이의 인생완주법’을 주제로 약점을 극복하고 꾸준함과 성실함으로 세계적인 마라톤 선수가 될 수 있었던 과정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이봉주는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은메달, 2001년 보스턴마라톤대회 우승으로 명성을 얻었다. 그는 보스턴마라톤대회 우승과 관련해 “‘동네 슈퍼마켓 아저씨처럼 생긴 사람도 하는데 나라고 못 하겠느냐’는 자신감을 국민에게 심어 준 덕분에 마라톤 대중화가 가능했다”는 농담으로 청중을 웃게 했다.
숱한 우승 경험과 인간 승리로 한국 마라톤을 대표하던 그는 중추신경계 이상으로 근육이 경직돼 몸이 뒤틀리는 희소질환인 근육긴장이상증 판정을 받았지만 수년간의 수술과 재활로 다시 건강을 회복했다. 그는 “한창 아플 때는 고개를 들지도 못하고 100m를 걷는 것도 힘들었다”며 “요즘은 두 번째 인생을 사는 기분”이라고 고백했다.
이봉주는 강연 내내 “마라톤에는 인생의 희로애락이 담겨 있다”고 강조하며 마라톤으로 터득한 건강한 인생을 살기 위한 세 가지 원칙을 들려줬다.
사실 이봉주는 운동선수를 하기엔 매우 불리한 조건이었다. 다른 선수들보다 한참 늦은 고등학교 때 육상을 시작했고 운동을 시작한 뒤에도 제대로 지도받지 못했다. 평발에 짝발이라는 육상선수로는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었다. 그는 “시합 때마다 발톱이 빠지고 피 물집이 잡혔다. 신발도 특수제작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육상선수인데 그다지 빨리 달리지도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런 모든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규칙을 만들고 실천했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운동을 했다. 이봉주는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솔직히 귀찮은 적도 많았지만 내가 만든 규칙이니까 무조건 지켰다”고 말했다. 그는 “규칙은 자동차 연비와 같아 일정한 속도로 정속 주행하면 연비가 높아지듯이 규칙을 만들고 지키면서 꾸준함, 지구력을 키웠다”고 덧붙였다.
이봉주는 페이스메이커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마라톤에서 페이스메이커는 다른 선수를 위해 일정한 속도를 내주는 보조 역할 선수다. 이봉주는 “내 인생에 페이스메이커가 세 명 있었는데 그들 덕분에 내가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며 “롤모델이었던 황영조 선수, 경쟁자였던 김이용 선수, 스승이었던 오인환 감독”이라고 밝혔다. 그는 “마라톤을 완주하려면 페이스메이커가 중요하다. 인생에서도 그런 사람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봉주가 강조한 세 번째 조건은 “데드포인트에서 포기하지 않고 즐기는 것”이다. 데드포인트는 마라톤에서 체력이 고갈되면서 죽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힘든 순간이다. 이봉주는 “데드포인트가 오는 시점이 그때그때 다르다. 마라톤 초반이 될 수도 있고 막판이 될 수도 있다”며 “데드포인트가 오면 ‘지금부터 시작이구나’라고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데드포인트에서 ‘이 고비만 넘어서면 완주’라는 생각을 하고 나를 이겨 내며 앞서 나가는 희열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면서 “데드포인트를 즐기면서 오버페이스를 경계하고 자제하는 것 또한 마라톤에서 배울 수 있는 인생의 핵심 지혜”라고 밝혔다.
강국진 기자
2024-09-06 2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