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동 외교부 1차관(왼쪽)과 김기웅 통일부 차관이 1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질의에서는 아랍에미리트(UAE) 방문 도중 나온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의 적은 이란이고 우리의 적은 북한” 발언을 두고 야당 의원들의 거센 추궁이 이어졌다. 외교부는 “장병 격려 차원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반복했다.
야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의 발언을 ‘반복되는 사고’로 규정했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들은 윤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갈 때마다 매우 불안해한다. 이번 순방에서도 대통령이 어김없이 또 사고를 쳤다”며 “대통령의 입이 ‘최대 안보 리스크’라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같은당 김상희 의원도 “아랍에미리트에 가자마자 외교 참사를 벌였다. 이런 외교를 하는 대통령이 도대체 세상에 어디에 있나”라고 말했다. 황희 의원도 “아랍에미리트로서도 당황스런 발언이다. 장병 격려 차원에서 대통령이 그런 말을 했다고 말하는데, 도대체 논리적으로 어떻게 그 말이 장병격려가 되나”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국외 순방 중인 윤 대통령을 수행하는 박진 외교부 장관을 대신해 나온 조현동 1차관은 시종 “장병 격려 차원에서 나온 발언으로 이해한다”는 말을 반복하며 “대통령의 말씀에 이렇게 저렇게 해석을 붙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이란 쪽에 “한국 정부 입장을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이란과 아랍에미리트 사이의 관계를 잘못 알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황희 의원은 “이번 사건은 팩트의 문제이지 장병격려 문제가 아니다”라며 “아랍에미리트 정부가 이란을 적으로 규정하느냐 아니냐는 팩트의 문제다. 아랍에미리트가 이란을 적으로 규정하고 있느냐”라고 물었다. 아랍에미리트는 지난해 8월 주이란 대사를 6년만에 다시 파견하며 관계 회복에 나서고 있다. 이에 조 차관은 “제가 확인해드릴 사안이 아니다”라고 답을 피했다. 조 차관은 또 “이번 발언이 외교부나 대통령실에서 준비해준 것이냐. 대통령이 즉석에서 한 것이냐”는 조정식 의원의 물음에 “그 부분까지는 제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방어에 나섰다.
정진석 의원은 “아랍에미리트 국민 입장에서 위협을 느끼는 나라가 어디냐. 이란 아니냐”라는 물었고, 이에 조 차관은 “그렇게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같은당 하태경 의원은 “내용적으로는 위협과 (적이) 같은 뜻이다. 대통령이 적이라는 단어를 썼어도 통역이 위협으로 통역을 해야 한다. 그것이 올바른 통역이다”라고 말했다.
신형철 기자 [email protected] 선담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