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찬제 평론가 ‘난장이가…’ 출간
조세희 작가 1주기 재조명 눈길
‘가난한 자의 벗이 되고, 슬퍼하는 자의 새 소망이 되어라.’(조세희 ‘침묵의 뿌리’)
조세희 작가 1주기를 앞두고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난쏘공)이 기후위기, 자본주의의 폭압적 그늘이 극심해지는 우리 시대에 건네는 울림을 재조명하는 책이 나왔다.
30년 넘게 소설을 거듭 읽고 신판 해설, 작가 특집 기획 등에 꾸준히 참여해 온 우찬제(61) 문학평론가(서강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발표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카오스모스 수사학’이다.
우 평론가는 조세희의 문학적 생애를 ‘깊은 고통에 깊은 공감을 보낸 시대’라 정의한다. 그러면서 ‘난쏘공’을 거듭 읽어야 할 이유에 대해 “난장이로 상징되는 취약한 인간 존재의 ‘깊은 고통’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하게 한다”며 그것이 “문학 하는 마음”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일련의 ‘난장이 체험’을 통해 ‘나도 난장이다. 우리는 난장이다’라는 생각을 지니게 되었고 난장이의 고통에 깊게 스며들어 갔다. 그렇게 엄중한 글쓰기를 수행하며 분명한 윤리적 전망을 내보였다.’(10쪽)
특히 최근에 소설을 다시 살핀 결과물인 7장에서는 소설이 생태적 애도의 서사에서 더 나아가 지구 차원의 생태 공동체의 가치를 기반으로 하는 생태·세계시민주의를 모색하고 지향했음을 포착한다.
저자는 조세희 문학이 산업화 시대 정치경제학의 교과서이자 환경생태학의 교과서라고 평가한다.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전개된 1970년대에 사회생태적 측면에서 구조적으로 환경 문제에 접근했다는 이유에서다. 작가가 작품에서 다룬 죽음이 대부분 자연사가 아닌 생태적, 사회생태적 곡절로 인한 죽음이며 작가는 그런 죽음을 애도하며 이를 예방할 방안과 회한에 빠진 사람들을 위로할 생태 윤리는 어떤 방향일지 고민했다는 지적이 이와 맥을 같이한다.
그는 “체계적인 생태환경 담론을 펼칠 단계가 아니었던 1970년대 한국 지식 사회에서 생태적 각성과 환경 윤리를 환기하고 환경 정의를 추구하는 서사 기획을 심미적으로 승화했다는 것은 매우 값진 성과”라며 “난쏘공은 이 기후위기 시대에 다각도로 다시 읽혀도 좋을 텍스트”라고 평했다.
정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