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손으로 눌러 쓴 편지, 그리고 눈물. 논란에 휘말렸던 연예인이 대중 곁으로 돌아올 때 자주 선택하는 ‘복귀 카드’가 이번에도 돌아선 여론을 달래는 프리패스가 될 수 있을까.
배우 김선호가 9개월 만에 다시 대중 앞에 나서면서 눈물을 흘렸다. 2021년 10월 이른바 ‘사생활 논란’에 휘말려 활동을 중단했던 그는 복귀를 알리는 기자간담회에서 “부족한 점을 되돌아보면서 많이 반성했다”며 눈물을 쏟았다. 직접 쓴 편지를 읽던 도중 감정이 북받치는 듯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이런 모습은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겨 여과 없이 전달됐다.
#눈물로 밝힌 복귀 심경
김선호가 돌아왔다. 이른바 사생활 논란에 휘말리고 9개월 만이다. 고심 끝에 택한 복귀작은 연극 ‘터칭 더 보이드’. 2009년 연극배우로 연기를 시작할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각오로 다시 무대에 오르고 있다.
김선호는 7월 20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열린 ‘터칭 더 보이드’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논란 이후 처음 모습을 보이는 자리인 만큼 관심이 집중됐다. 이에 김선호는 작품 소개 전 별도로 입장을 밝히는 시간을 자청해 미리 써온 편지를 읽었다. 사적인 일들로 논란을 빚은 것에 직접 사과하는 첫 자리였다.
이날 김선호는 미리 준비한 편지를 읽기 전부터 눈물을 쏟았다. 여러 감정이 교차하는 듯 울먹이면서 한동안 입을 떼지 못하다가 “좋지 않은 소식으로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그간 시간을 돌이켜보면서 제 부족한 점을 많이 반성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인기 얻자마자 터진 논란
김선호는 데뷔 10여 년 만에 가장 높은 곳에 올랐지만, 바로 그 순간 나락으로 떨어진 비운의 주인공이다. 연극배우로 데뷔해 드라마를 통해 착실하게 경력을 쌓은 그는 2021년 10월 tvN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의 성공으로 비로소 스타덤에 올랐다. 밀려드는 광고 모델 제의는 물론 새롭게 탄생한 스타를 재빨리 캐스팅하려는 여러 영화로부터 출연 제의도 받았다.
하지만 정상의 인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드라마 종영과 동시에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그의 사생활을 폭로하는 글이 게재돼 파문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폭로 글에는 ‘(김선호가) 거짓말로 낙태를 종용했다’는 다소 충격적인 주장까지 포함돼 있었다.
글 작성자는 김선호와 2년여 동안 교제하다가 헤어진 전 연인으로 밝혀졌다. 교제하던 중 아이가 생겼지만 서로 상의해 결혼을 약속하고 낙태를 했다는 게 전 연인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이후 두 사람은 헤어졌고, 그 책임은 전적으로 김선호에게 있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해당 글은 진위와 상관없이 그 자체로 커다란 충격을 던졌다. 당사자가 아닌 이상 사실 관계를 알 수 없고, 김선호의 입장은 배제된 일방의 주장이었지만 지금 막 ‘대세 배우’로 떠오른 톱스타의 은밀한 사생활 폭로라는 측면에서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김선호는 전 연인의 주장을 크게 부인하지는 않았다. “오해가 있었다”고 전제하면서도 “나의 불찰이고 사려 깊지 못한 행동으로 (전 연인에게) 상처를 줬다”고 인정했다. 사생활은 제3자가 왈가왈부할 수 없는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였지만, 그와 별개로 김선호가 직전에 구축한 건강하고 바른 이미지에는 타격이 불가피했다.
가장 먼저 움직인 곳은 여론에 민감한 광고였다. 논란 직후 김선호를 모델로 기용했던 몇몇 브랜드는 광고 노출을 중단했고, KBS 2TV 예능 ‘1박2일’ 제작진 역시 김선호의 하차를 결정했다. ‘갯마을 차차차’의 성공 덕에 영화 ‘도그데이즈’, ‘2시의 FM’의 주인공 캐스팅 제의도 받았지만 후폭풍 탓에 전부 무산되는 혼란도 겪었다.
물론 시간이 흐르면서 들끓던 여론은 조금 다른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 사생활을 폭로한 당사자가 “김선호로부터 사과를 받았고 오해를 풀었다”고 밝히기도 했고, 헤어진 연인끼리의 비밀스러운 일이 한 사람의 입장에서만 공개된 것에 대해 뒤늦게나마 문제 제기가 잇따른 영향도 있다.
#’선 연극, 후 영화’ 복귀 전략
김선호는 9개월 동안 대중 앞에서 모습을 감췄다. 그리고 큰 책임과 부담이 따르는 영화나 드라마보다 ‘고향’과 같은 연극 무대를 복귀작으로 택했다. 결국 그의 전략은 적중했다. 연극 ‘터칭 더 보이드’는 7월 8일 첫 공연 이후 연일 250석 규모의 공연 티켓이 매진을 기록하고 있다. 부인할 수 없는 ‘김선호 효과’다. 티켓 판매 사이트 인터파크에 따르면 김선호가 출연하는 회차는 전부 티켓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매진됐다.
실존 산악인들의 극적인 생존 실화를 다룬 ‘터칭 더 보이드’에서 김선호는 주인공 조 심슨 역을 맡았다. 역할을 준비하면서 산악인들을 만나 여러 자문을 얻는 등 준비에 열중했다. 덕분에 자신감도 채웠다. “연극은 관객과 주고받는 에너지가 느껴져 좋다”는 김선호는 “연기 공부하는 매 순간 소중했다”고 복귀 소감을 밝혔다.
9월 18일까지 연극을 소화하는 김선호는 워밍업을 마치고 영화를 내놓는다. ‘마녀’ 시리즈의 박훈정 감독 신작 ‘슬픈 열대’의 주연을 맡아 최근 촬영을 마쳤다. 복싱 선수 출신의 주인공이 미스터리한 사람들의 타깃이 돼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액션 누아르다. 박 감독은 김선호의 사생활 논란을 의식하지 않고 주인공을 맡기는 ‘뚝심’으로, 여전히 일부에 남은 부정적 여론을 뚫고 나가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김선호에 대한 본격적인 대중의 반응 역시 ‘슬픈 열대’ 개봉 이후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