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주요 국제금융기구에서 한국의 인력 비중이 재정기여도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경제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정부 의견을 전달할 소통 채널마저 빈약해 위기 상황 시 국제기구에 대한 대응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28일 기획재정부·외교부 등에 따르면 올 10월 기준 IMF에서 근무하는 한국인은 총 45명으로 IMF 전체 인력의 1.2%에 불과하다. 이는 한국 지분율인 1.8%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이마저도 이창용 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이 한국은행 총재로 오면서 IMF 내 한국인 고위직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을 당시 IMF에서 종사하는 한국인이 한 명도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제기구 내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맞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 다른 경제·금융 국제기구인 세계은행(WB)도 6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투표권은 1.59%인 반면 인력 비중은 0.72%에 그친다.
그나마 박일영 기재부 전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이 지난 1일 세계은행그룹 상임이사로 임명되면서 2년 동안 한국과 호주, 캄보디아 등 아시아·태평양 15개국이 속한 이사실을 대표하게 됐다. 박 이사 외에는 추흥식 투자운용국장이 WB에서 자산운용 책임자로 자리하고 있다.
OECD에서도 한국인 근무자 비중은 2% 수준에 불과해 한국 분담률(3.5%)을 밑돈다.
이 같은 상황은 위기 상황 시 한국의 발언권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통상 국제경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양자간 협상과 IMF 권고사항 등 다자간 협상이 맞물리면서 움직인다.
이 때문에 우리도 각 기관별로 1~2% 수준에 불과한 한국인 종사자 비율을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국제기구에서는 최근 회원국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 아시아인과 여성의 진출을 적극 고려하고 있으나 지분율만큼의 한국인 채용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인 인재들의 글로벌 역량이 크게 늘어난 만큼 정부에서도 인력 채용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일환으로 기재부는 연 1회 국제기구 취업박람회를 열고 홈페이지를 통해 채용 소식을 공지하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코로나19로 인한 화상 개최 이후 3년 만에 대면으로 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홍보를 더 늘려 국내 석박사급 인재들이 국제기구로 더 많이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조언한다. 동시에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국장급 이상 고위직을 늘려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우리나라 인재가 국제기구의 고위직으로 가면 그만큼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발언권이 높아지고 정치적 영향력을 제고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며 “우리 경제의 신뢰도를 높이는 방법 외에도 글로벌 인재 양성, 외교 지원, 국제기구 사업 기부 등 다각적이고 체계적인 정책적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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