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저축은행이 애플리케이션(앱) 관리를 소홀하게 하면서 대출 고객이 불편과 혼란을 겪어온 것으로 파악됐다. 8년간 운영한 대출 플랫폼은 일부 상환이 가능한 대출상품임에도 전액 상환만 가능하다고 안내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로그인 후에도 계좌조회 등 개별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매번 본인인증을 다시 해야하는 번거로움도 고객 불편을 더했다.
“전액 상환 안내에 여유자금 부족…1금융권 대출부터 갚아”
27일 제보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A씨는 ‘한투S 스마트’ 앱에서 한투저축은행의 비대면 대출상품인 ‘살만한 알레그로’을 통해 3000만원을 대출받았다. 이자는 연 14.4% 고정금리로 A씨가 받은 은행·저축은행 대출 가운데 금리가 가장 높았다.
올 1월 1500만원의 여유자금이 생긴 A씨는 일부 상환을 위해 한투S 스마트 앱을 켰으나 선택할 수 있는 상환방식에는 ‘전액상환’ 옵션만이 유일했다. A씨는 전액 상환할 만큼의 여윳돈이 없던 만큼, 차순위로 금리가 높던 연 8.3% 이자의 인터넷은행 대출을 일부 상환했다.
대출 시 일부 상환이 불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았는지 기억이 정확하지 않던 A씨는 앱 안내를 믿었던 것이다. 이후 5월까지 다섯 달간 원리금을 갚아오던 A씨는 최근 한국투자저축은행 고객센터 문의를 통해 “해당 상품은 일부상환이 가능하다. 앱에는 표시가 안되고 있으며, 전화 고객에는 안내하고 있다”라는 답변을 받았다.
본지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한국투자저축은행은 그 동안 일부 상환이 가능한 대출상품을 한투S 스마트 앱 상에선 전액상환만 가능한 것으로 안내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투자저축은행 본사 관계자는 “내부 확인 결과 한투S 스마트 앱에선 일부 상환 기능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라고 말했다.
A씨는 “전액 상환만 가능한 옵션을 보고 두려움이 들어 일부 상환이 정말 안되는지 적극적으로 알아보지 않았다”라면서 “여러 대출을 받아 매월 원리금 상환 쫓기다 보니 ‘전액 상환만 가능합니다’라는 답변을 받으면 좌절할 것 같아 자세히 알아보는 걸 내심 피하고 싶었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A씨는 “한국투자저축은행이라는 이름 값이 있기에 엄연히 알아서 안내해줬을까라고 생각하며 애써 넘어간 부분도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한투S 스마트 앱은 수년 간 로그인 방식 등에서도 다소 불편한 UX(사용자경험)을 유지해온 것으로 파악된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한투S 스마트 앱은 공인인증서로만 로그인이 가능하다. 로그인 후에도 대출계좌조회, 대출진행현황, 대출금상환 등 카테고리별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본인인증을 다시 해야 한다.
“새 뱅킹앱에선 문제 해결” vs “안내 공지도 없었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은 이달 출시한 디지털뱅킹앱에선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했다는 입장이다.
한국투자저축은행 관계자는 “한투S 스마트 앱은 뱅킹앱이 아닌 대출 앱이었다. 지난 10일 디지털뱅킹앱 ‘키(Key) 뱅크’를 오픈하면서 전액 상환 문제와 로그인 방식 등의 문제를 해결했다”라면서 “현재는 기존 한투S 스마트 이용 고객의 혼란을 방지하고자 한투S 스마트와 키 뱅크를 병행해 운영 중이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한투S 스마트 고객을 키 뱅크로 전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해명에도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한투S 스마트 앱과 살만한 알레그로 상품 운영기간이 짧지 않아서다. 살만한 신용대출 3종(살만한 알레그로, 살만한 플러스론, 살만한 직장인)이 2016년 7월에 출시된 점을 감안하면 6년간 ‘전액상환’이 앱 상 유일한 선택지였던 셈이다.
한투S 스마트는 한국투자저축은행이 지난 2014년 9월 저축은행업계 최초로 내놓은 비대면 대출 플랫폼이다. 8년이라는 한투S 스마트의 운영기간을 고려하면 유사한 사례는 상품별로 더욱 많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투S 스마트 앱에서 키 뱅크 출시 공지도 없다는 데도 비판이 나온다. 취재한 바에 따르면 이날기준 한투S 스마트 앱 내에서 키 뱅크 출시에 관한 공지나 알림은 없던 것으로 파악된다. 한투S 스마트 앱 내 마지막 공지사항은 지난해 12월 24일 게재한 스탁폰 신규대출 재개 안내공지다.
A씨는 “이달에야 전액 상환이 가능해졌다는 것 자체가 이미 늦은 것 아니냐”라면 “한투S 스마트 앱의 단점을 보완할 앱 출시로 문제를 해결했다는 해명을 하려면 최소한 기존에 한투S 스마트 앱을 이용하던 차주에게 키 뱅크 출시 사실이라도 알려줬어야 한다”라고 토로했다.
저축은행업계에서는 기업대출에 중점을 두는 한국투자저축은행이 한정된 자원으로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다보니 생긴 착오라는 평가가 나온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한국투자저축은행이 개인고객보다는 기업고객에 역량을 집중하다보니 개인대출 플랫폼 운영이나 관리에까지 투입할 재원이나 자원이 부족했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금융권이 전체적으로 디지털 플랫폼 구축이나 고도화에 속도를 내다보니 이 과정에서 저축은행은 서비스 눈높이가 높아진 고객을 아직은 만족시키지 못할 수도 있다”라면서 “다만 일부 상환 기능이 앱에 구현되지 않았다는 내용을 대출 사전에 공지하지 않았다면 논란 소지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감독원 저축은행감독국 관계자는 “전액 상환 기능만 있는 부분에 대해선 한국투자저축은행이 전산 쪽에서 우선적으로 개선하는 게 맞는 방향”이라면서 “고객 피해와 관련해선 금감원 분쟁조정을 신청해 절차를 밟는 게 좋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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