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령 ‘항명죄’ 첫 공판
“안보실, 수차례 이해 안 되는 요구”
사단장 “물에 들어가지 말라 지시”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조사하다 항명 및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은 “항명죄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며 “외압 의혹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대령은 7일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기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자신에게 적용된 혐의와 관련해 “상관 명예훼손이나 항명죄는 전혀 성립될 수 없고 이 사건의 본질에 좀더 재판부가 집중해 수사 외압을 철저히 잘 규명한다면 당연히 나머지 죄, 혐의도 다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령은 “오늘은 채 상병이 순직한 지 141일째 되는 날이다. 사망 원인을 밝히는 경찰 수사는 요원하고 수사 외압을 규명하는 공수처 수사 역시 더디기만 하다”면서 “이 모든 사건은 채 상병의 사망에서 비롯됐다. 특정한 항명 사건만을 떼어 놓고 재판하고 결론을 낸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박 대령은 공판에서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로부터 수사계획서를 보내라는 등 수차례 이해할 수 없는 지시를 받았다”며 “해병대로서는 경찰 이첩만이 불법을 하지 않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항명죄만으로는 부족했는지 상관 명예훼손 혐의를 추가했는데, 군검찰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님에 대한 피해 진술서도 받지 않았다. 장관님은 본인이 피해자인지 아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날 공판에선 이 전 장관의 군사보좌관이었던 박진희 육군 소장을 비롯해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전하규 대변인,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등 12명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채 상병이 투입된 수해 현장의 지휘책임자였던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은 군사법원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어떠한 대화나 회의 중에도 ‘물에 들어가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으며, ‘물에 절대 들어가지 말라’고 수차례 지시했다”면서 “(부하들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해병1사단장 지시 사항을 임의로 작성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강국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