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긴장 고조 속 또 방위비 저격… 커지는 ‘트럼프 리스크’
“주한미군 주둔비 13조원 내야”
당선되면 재협상 불가피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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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얼굴) 전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자신이 재임한다면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 비용(방위비 분담금)으로 연간 100억 달러(약 13조원)를 지불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일 한미 당국이 합의한 액수의 9배에 육박한다.
다음달 5일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분담금을 둘러싼 한미 간의 진통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시카고경제클럽에서 진행한 블룸버그통신 편집국장과의 대담에서 “내가 거기(백악관)에 있으면 그들(한국)은 (분담금으로) 연간 100억 달러를 지출할 것”이라며 “그들은 기꺼이 그렇게 할 것이다. 한국은 머니 머신(Money Machine·부유한 나라)”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나는 한국을 사랑하고 그들은 멋진 사람들이며 극도로 야심 찬 사람들”이라고 말한 뒤 “우리는 그들을 북한으로부터 보호한다”며 “북한은 핵무력이 상당한데 나는 그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과 매우 잘 지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아무것도 내지 않았다. 이것은 미친 일”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국과의 과거 분담금 논의 과정을 설명하며 실제 2만 8500명인 주한미군 규모를 4만명이라고 거듭 부풀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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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유세 도중 청중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을 3주 앞두고 “선거 조작이 소용없을 정도의 압승을 원한다”면서 “싸우자”라는 구호를 세 차례 외쳤다. 그는 전기차 의무화에 반대하며 “수소차도 폭발하면 사람이 죽는다”고 지적했다.
애틀랜타 AP 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자신이 대선에서 승리해 재집권할 경우 분담금 재협상을 요구할 것이란 뜻으로 풀이된다. 앞서 한미는 2026년 방위비 분담금을 1조 5192억원으로 정하고 5년간 매년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연동해 분담금을 올리는 내용으로 제12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에 지난 3일 가서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기 집권 당시 우리나라에 분담금 5배 인상안을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해 결국 ‘협정 공백’ 상태에까지 이르렀고, 결국 2021년 1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협상이 타결됐다.
아울러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한이 경의선과 동해선 연결도로의 일부 구간을 폭파한 사실을 소개하면서 “이것은 나쁜 소식”이라며 “오직 트럼프가 그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미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분담금 협상을 뒤집을 것이란 예측이 많았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와 바이든 미 정부가 12차 SMA를 6개월 만에 속전속결로 끝낸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재협상은 거의 상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100억 달러라는 숫자는 근거 없는 ‘선거용 숫자’라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100억 달러는 유권자들의 이목을 끌기 위한 선거 운동용 숫자”라고 지적한 뒤 “이미 분담금 사용처별로 우리가 상당 부분을 감당하고 있고 여기에 추가로 미군 전력 자산 전개 비용을 새로 고려해도 9배는 비현실적”이라고 짚었다.
분담금 인상을 피할 수 없다면 다른 이익을 얻어 낼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박재적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일부 인상을 각오하고 협상에서 무기 수출 등 다른 이익을 얻어 낼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강병철 기자
2024-10-17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