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男 비만율 44%로 12%P 급증
운동 실천율은 10년 새 10%P ‘뚝’
20대女 흡연율 12%로 3%P 증가
주 2회 이상 ‘고위험 음주’도 늘어
“하이볼 열풍·사회적 고립감 등 영향”
‘점심은 마라탕 먹고 탕후루, 저녁은 치킨에 하이볼, 야식으론 분모자(중국식 당면)를 추가한 엽기떡볶이와 요구르트 아이스크림.’
맵고 달고 짠 이른바 ‘맵단짠’ 음식과 하이볼 열풍, 여기에 사회적 고립감과 우울 등 정신적 요소가 더해지면서 청년층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20대 남성은 부쩍 살이 찌고 20대 여성은 고위험 음주와 흡연율이 쑥 올랐다.
질병관리청이 3일 공개한 ‘2023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10년간 유독 20대의 건강이 눈에 띄게 악화했다.
특히 지난해 20대 남성 비만율(43.9%·체질량지수 25 이상)은 10년 전(32.0%)보다 11.9% 포인트 늘어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비만율 자체는 30대(50.4%)·40대(50.2%) 남성이 가장 높지만, 20대 남성은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빠른 속도로 살이 찌는 중이다. 배달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고 ‘맵단짠’ 음식을 즐기는데 운동은 하지 않으니 당연한 결과다. 20대 남성 중 일주일에 1~2시간 이상 운동하는 비율(운동 실천율)은 2014년 79.8%에서 지난해 69.6%로 10.2% 포인트 뚝 떨어졌다.
20대 남성 비만의 빠른 증가는 코로나19와 맞물려 있다. 20대 남성 비만율이 40%대에 올라선 시점은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2020년(41.5%)부터다. 전년(37.3%)보다 4.2% 포인트 뛰었다. 운동 실천율 역시 68.4%에서 61.8%로 추락했다. 청년들의 고용시장 진입이 어려워지면서 대인관계, 스트레스가 커진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또래 여성 비만 인구가 2014년 15.0%에서 지난해 22.1%로 늘긴 했지만, 남성과 달리 운동 실천율은 10년 전과 별 차이가 없었다. 대신 이들은 술·담배에 빠졌다. 20대 여성 흡연율은 2014년 8.9%에서 지난해 12.1%로, 주 2회 이상 잔뜩 취할 정도로 마시는 고위험 음주율은 8.9%에서 10.3%로 늘었다. 같은 기간 20대 남성의 흡연율은 줄고 고위험 음주율은 소폭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여주인공 3명이 늘 술을 마시는 ‘술꾼도시여자들’이란 드라마가 인기를 끌 정도로 여성 음주에 관한 사회·문화적 수용성이 커진 데다, ‘제로 슈거’ 소주와 하이볼이 유행하는 현상과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 과일·초콜릿향을 더한 가향 담배의 등장은 20대 여성 흡연율을 끌어올리는 데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