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바로티 김호중.
그를 주목한 이유는 트로트에 성악을 접목해 음악의 품격을 높였기 때문이다. 애칭인 트바로티도 트로트와 세계적인 테너 파바로티를 합친 말이다. 성악가 출신인 그가 2년 전 한 TV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에서 4위를 차지하면서 일약 국민 스타로 떠올랐다. 트로트의 감질나는 맛을 살리면서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무대를 사로잡았다. 성악 발성과 트로트 창법을 결합해 한때 싸구려 음악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푸대접받던 트로트에 고품격 이미지를 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의 도전은 4070 여성들 마음을 잡으며 트로트 저변을 확대했다.
그런 그가 게스트로 26일 부산에서 세계 3대 테너에 꼽히는 플라시도 도밍고와 협업공연을 선보인다는 소식이 알려져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뜬금없이 김호중 이야기를 꺼낸 것은 우리가 자주 접하는 대중음악 속에서 협업 이미지를 강력하게 발산하고 있어서다. 협업이란 둘 이상이 힘을 합쳐 일하는 것을 뜻한다. 서로 다른 것을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잘만 하면 ‘1+1=100’이라는 등식도 가능하다. 강자와 약자가 모두 함께 살 수 있는 ‘동반성장의 길’을 열어준다. 그런데 김호중은 혼자서도 트로트와 성악을 넘나들며 마치 두 사람이 협업하는 듯한 매력적인 창법을 만들어낸다. 그게 전부가 아니다. 다른 장르의 대중가수나 성악가와 협업해 더 큰 감동을 선사하기도 한다.
문화지능(Cultural Intelligence)이 높은 사람은 협업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지능이란 새로운 문화에 효과적으로 적응하는 능력을 말한다. 기본적으로 다른 문화를 차별이 아닌 차이로 인식한다. 문화지능이 높은 사람은 문화적으로 다른 사람들끼리 모여도 상대방과 더 협업하려는 경향을 보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협업은 어느 한쪽의 문화지능만 높아서는 결코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우리가 협업을 촉진할 때 산업협력 차원뿐 아니라 문화적 차원에서도 접근해야 하는 이유다.
요즘엔 기성세대와 MZ세대(1980년∼2000년대 태어난 세대)간에도 문화적 차이가 크기 때문에 조직 내 협업을 증진하려면 상호 문화를 존중하고 서로 적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농토가 비좁은 우리나라에서 농업 경쟁력을 높이려면 협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식량·기후·지역 위기와 같은 국가적 당면과제 해결도 농업·농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농업·농촌 문제는 복합적이 때문에 협업 없이는 근본적으로 해결이 불가능하다. 특히 도농발전 불균형과 같은 문제를 풀려면 농업 외연 확장뿐 아니라 국민 협력과 이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5년 전 14박15일 네덜란드에서 취재하면서 협업문화가 농업 경쟁력을 높이는 원동력이라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한 적이 있다. 네덜란드는 육지의 절반가량이 해수면보다 낮아 바다를 메워 간척지를 만든 나라다. 바닷물이 들어오지 못하게 제방을 쌓고 배수를 위해 풍차를 건설하며 함께 다졌던 협업문화가 오늘날 농식품 수출 세계 2위라는 ‘농업 강소국’을 일구는 밑거름이 됐다. 네덜란드도 예전에 우리나라 못지않게 사회적 갈등이 심각했지만 협업문화를 뿌리내리면서 사회통합을 이뤄내고 농업 경쟁력을 높였다고 한다.
어떤 나라든 독특한 문화가 있다. 그 속에 협업 DNA(유전자)가 살아 숨 쉰다면 막강한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대한민국같이 작은 나라는 더욱 그렇다. 농업 경쟁력을 높이는 길은 먼 곳에 있지 않다.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 곁에 있다. 바로 협업문화다.
임현우 (편집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