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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대법원이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 핵심 인물인 김봉현(50)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술접대를 받아 재판에 넘겨졌다가 무죄를 선고받았던 전·현직 검사들에 대한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8일 오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회장과 나모(49) 검사, 검사 출신 이모(54) 변호사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나 검사는 2019년 7월 18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룸살롱에서 이 변호사와 김 전 회장으로부터 술 접대를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은 김 전 회장이 2020년 10월 ‘옥중 서신’을 통해 폭로하면서 알려졌다.
검찰은 다음날 오전 1시까지 이어진 술자리 총비용이 536만원인 것으로 조사했고, 당시 자리에 동석한 이 변호사와 나 검사, 김 전 회장의 향응 금액이 1회 100만원을 넘는 114만 5333원인 것으로 계산해 청탁금지법 위반 대상이라고 봤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 등은 직무 관련 여부 및 기부·후원·증여 등 명목과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피고인들은 술은 마신 사실은 인정했지만, 중간에 떠난 다른 검사 2명에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까지 총 7명이 드나든 술자리여서 총 향응 액수가 1회 100만원을 초과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들이 술자리에 체류한 시간에 따라 향응 금액을 구별해 계산했다.
검찰은 술값 등 481만원은 피고인 3명과 다른 검사 2명에게, 접객원 및 밴드 비용 55만원은 피고인 3명에게 발생한 몫이라고 봤다. 이렇게 하면 피고인 1명당 114만원이 발생해 청탁금지법 위반이다. 총액이 100만원 미만인 검사 2명은 기소되지 않았다.
1·2심 법원은 그러나 피고인 3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술값 481만원은 김모 전 행정관까지 총 6명으로 나눠야 하고, 접객원 및 밴드 비용 55만원은 검사 1명을 포함해 4명으로 나눠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렇게 보면 1인당 수수 금액이 93만 9000원에 그쳐 처벌할 수 없다.
검찰 측이 불복했으나 2심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향응 가액이 1회 100만원을 초과한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됐다고 할 수 없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원심과 달랐다.
대법원은 다른 참석자가 받은 향응 금액이 피고인과 동일하다고 평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증명된 경우 다른 참석자가 받은 향응 금액을 구분해 총비용에서 이를 공제하고 남은 금액을 나머지 참석자들 사이에서 평등하게 분할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술값 481만원 중 ‘기본 술값’ 240만원을 구분한 뒤 “기본 술값은 술자리가 시작할 때 제공이 완료되었으므로 피고인 김봉현, 이 변호사의 목적과 의도에 따라 피고인 나씨와 검사 2명에 대한 향응으로써 객관적이고 규범적으로 제공이 완료되었다”고 했다. 즉 김 전 행정관을 분모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취지다.
접객원 및 밴드비용 55만원에 관해서는 2심 판단이 타당하고, 나머지 금액은 “발생 시기와 소비 및 귀속 주체를 특정할 수 있는 자료가 부족하므로 전체 시간에 발생하여 소비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나씨에게 제공된 향응 가액을 산정한다면 1회 100만원을 초과할 가능성이 상당한데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청탁금지법 위반죄 성립과 관련해 향응 가액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신진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