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한 기준 1만 1000원 비싸
시민단체 “4G 요금제 내려야”
정부가 제시한 ‘통신비 부담 완화 방안’에 따라 이동통신사들이 단말 종류에 상관없이 5세대(5G) 이동통신이나 4세대인 LTE(4G)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개편 중인 가운데, 통신 속도가 느린 4G 요금제가 신기술인 5G 요금제보다 오히려 비싼 것으로 나타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5G 단말로 4G 요금제를 선택하거나 4G 단말로도 5G 요금제에 가입할 수 있도록 최근 약관을 개정했다. KT와 LG유플러스도 같은 방향으로 개편을 검토 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8일 이런 방안을 제안한 것은 데이터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데도 단말이 5G라서 수십 GB를 제공하는 5G 요금제를 써야 하거나 반대로 5G보다 비싼 대용량 4G 요금제를 사용해야 하는 4G폰 사용자들에게 선택권을 넓혀 주기 위해서다.
그러나 소비자와 시민단체는 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해서는 망 투자가 끝난 4G 요금제 가격을 인하하는 것이 실효적이라는 평가다. 각사의 요금제(다이렉트·노인·청년·어린이·복지 요금제 제외)를 비교해 보면 4G 요금제가 모든 데이터 구간에서 5G보다 비싸기 때문이다.
데이터를 속도 저하 없이 무제한 제공하는 SK텔레콤의 4G 요금제는 한 달에 10만원으로, 비슷한 혜택을 주는 5G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8만 9000원)보다 1만 1000원이 비싸다. 한국인 평균 데이터 사용량(약 25GB)과 가장 비슷한 양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5G 요금제는 한 달 24GB에 5만 9000원인데, 4G는 16GB에 7만 5900원이다.
이런 요금제에서 혜택을 볼 수 있는 건 데이터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5G 단말 사용자뿐이다. 데이터 제공량이 2GB 이내인 3만~4만원대 4G 요금제로 이동할 수 있어 통신비가 줄어든다. 하지만 반대로 데이터를 많이 사용하는 4G 단말 사용자는 불편한 4G망을 사용하면서 5G 요금을 내기보다는 단말을 5G로 바꾸며 추가 요금을 낼 가능성이 높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은 “망 이용 대가를 지불하는 알뜰폰 회사들이 월 3만원에 20GB 수준의 4G 데이터를 제공하면서도 유지된다는 건 이통사가 그 정도 수준 요금제로도 충분히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뜻”이라며 “정부가 4G보다는 5G 가입자를 위한 요금 정책에 관심을 기울여 4G 가입자들이 5G로 사실상 유인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