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의 51일간 파업이 지난 22일 끝난 가운데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손해배상·가압류 제도 개선, 고질적인 조선산업 다단계 하도급 문제를 해결할 입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매일노동뉴스>가 31일 대우조선 파업사태 후속 입법 상황과 과제를 짚어 봤다.
노조법 개정, 21대 국회는 성공할까
현재 국회에서 통과가 시급한 것으로 지목되는 법안은 무분별한 손배 소송·가압류를 제한하는 내용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노란봉투법 통과를 주장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강병원·임종성 민주당 의원, 강은미 정의당 의원안이 발의돼 있다. 민주당안의 핵심은 △합법적 파업 범위 확대 △신원보증인에 대한 손배청구 금지 △손배 청구금액 상한선 설정이다. ‘폭력이나 파괴를 주되게 동반한 행위’는 손배·가압류를 신청할 수 있게 했지만, 폭력·파괴행위를 노조가 계획한 경우에는 예외로 했다. 손배·가압류로 노조 존립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손배소가 권리남용이라고 보고 허용하지 않게 했고, 손배 상한액을 조합원수·조합비·노동조합의 재정 규모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정의당안은 단체교섭과 쟁의행위, 노조활동에 대해서는 손배·가압류를 청구할 수 없도록 했다.
노란봉투법은 19대 국회에서 은수미 당시 민주당 의원이, 20대에서는 같은 당 강병원 의원이 발의했지만 폐기됐다. 고용노동부는 19대 국회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논의하기로 했기 때문에 결과를 보고 개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논의는 진척이 없었다.
조선업 구조혁신, 여야 ‘일단 공감’
조선소의 무분별한 재하도급 구조도 입법으로 변화할지 주목된다. 재하도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한 건설산업기본법을 참고해 ‘조선산업기본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조선업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5년 전인 2018년 8월 ‘조선업 중대산업재해 국민참여 조사위원회 사고조사보고서’에 이미 조선산업기본법 제정 주장이 담겼다. 노동부는 2017년 5월 삼성중공업에서 31명이 사상한 재해에 이어 그해 8월 STX조선해양에서 4명이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하자 위원회를 구성했다. 배규식 당시 한국노동연구원장이 위원장을 맡고 산업구조 및 제도 전문가, 산업안전보건 전문가, 조선업 경력자, 노사단체 추천 전문가가 참여했다.
조사위는 건설산업기본법과 같이 재하도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도록 주문했다. 시공상 능률을 높이기 위해 신기술이나 특허권 공법을 적용하는 공사 등의 경우에만 하도급할 수 있도록 한 건설산업기본법처럼, 조선업도 전문성이 필요한 경우 사외 전문업체에 재하도급을 줄 수 있다고 봤다. 원청이 하도급업체가 재하도급을 줄 경우 그 사유를 원청에 설명하고 서면동의를 받는 방안도 제시했다. 원청이 다단계 하도급 책임을 하청업체에 떠넘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법안 제정이 어려우면 산업안전보건법에서 다단계 하도급 제한 방안을 두거나,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통해서라도 이를 실현해야 한다고 봤다. 또한 하청노동자는 1차 협력업체와 근로계약서를 체결하도록 하고, 원청 서면동의를 통한 승인 없이 재하도급을 하는 경우 사내협력업체 퇴출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했다.
정치권은 조만간 이 같은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22일 국회에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조선업 구조혁신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환노위 국민의힘 간사를 맡은 임이자 의원은 26일 대정부질문에서 관련 문제를 해결해야 할 공적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했고, 한덕수 국무총리는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