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28 ‘합의문’ 극적 타결
“10년 내 화석연료서 벗어나기 시작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3배 확대”
폐막 하루 넘겨 끝장 토론 뒤 확정
북극, 관측 이래 올여름 가장 더워
온난화 빨라지는 ‘북극 증폭현상’
예정된 폐막일을 하루 넘긴 13일(현지시간) 끝장 토론 끝에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합의문이 확정됐다. 1992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출범 이래 기후협정에 ‘화석연료 전환’이란 명시적 문구가 처음 포함됐다. 이는 전 세계 과학자들이 인류 스스로 기후재앙을 막을 최후의 수단으로 제안한 ‘화석연료 시대의 종언’을 고하는 최초의 합의로 기록될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198개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타결된 COP28 최종 합의문에는 “2050년 탄소중립(넷제로) 달성을 목표로 10년 내 화석연료에서 벗어나는 전환(transitioning away)을 공정하고 질서 있고 공평한 방식으로 시작한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또 2030년까지 전 세계 재생에너지 용량을 현재의 3배로 늘리고, 석탄 감축 노력을 가속화하며, 탄소 포집 및 저장과 같은 기술 혁신을 통해 탄소 배출량 감축을 이뤄내는 안도 포함됐다. 198개국은 자국의 정책과 투자 등을 통해 이번 합의를 구체적으로 이행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에스펜 바르트아이데 노르웨이 외무장관은 이날 “전 세계가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 필요성에 관한 명확한 문구에 일치 단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방 안의 코끼리(모두가 문제로 인식함에도 외면한다는 영미식 표현)에 불과했던 기후 위기 문제를 마침내 정면으로 다루게 됐다”고 평가했다.
앞서 지난 11일 의장국인 아랍에미리트(UAE) 주도로 발표된 합의문 초안에는 모든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phase-out)이란 문구가 빠지며 100여개가 넘는 당사국이 거세게 반발했다. COP28이 열린 지난 2주간 사우디아라비아, UAE 등 중동 산유국이 포함된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석유, 천연가스, 석탄 등 화석연료 사용을 제한하지 않고도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며 ‘단계적 퇴출’에 반대했다.
회의에 참석한 당사국 관계자들은 대체로 이전 합의문과 비교하면 큰 발전이라고 평가하며 “수많은 외교적 노력과 대화의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이 공개한 ‘2023 북극 성적표’에 따르면 올해 여름철(7~9월) 북극의 평균 지표면 기온은 6.4도로, 1900년에 관측을 시작한 이래로 가장 더웠다.
북극의 연평균 기온은 1940년 이후 10년마다 평균 0.25도씩 올랐고, 여름철 평균기온은 10년마다 평균 0.17도씩 상승했다. 북극은 지구의 다른 곳에 비해 약 4배 더 빠른 속도로 뜨거워지고 있다. 이는 지구온난화로 해빙(바다 얼음)이 녹으면 지구온난화가 더 빨라지는 악순환인 ‘북극 증폭 현상’ 때문이다.
이번 연구에는 13개국 82명의 과학자가 참여했다. 이번 보고서를 총괄한 릭 스핀래드 NOAA 청장은 “올해 북극 성적표가 던지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지금 우리가 바로 행동에 나서야 할 때라는 것”이라며 “초국가적 협력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대폭 줄여야 ‘기후 회복력’이 유지된다”고 지적했다.
최영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