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분 재산세 납부마감 시한이 당도하면서 다(多)주택자들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7월분(1차분) 재산세에 이어 9월분(2차분) 재산세, 12월 종합부동산세(종부세)까지 줄줄이 세금 낼 일만 기다리고 있어서다.
지난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지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급증한 보유세 부담으로 전월세 시장까지 들썩이는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7월 재산세 부과를 앞두고 1세대 1주택자에 한해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에서 45%로 15%포인트나 낮추는 등의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세법 개정’이 아닌 임시방편 식으로, 주로 1세대 1주택자들의 세부담을 완화하는 데만 초점이 맞춰져 다주택자들에게 끼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오히려 다주택자들은 “현행 종부세는 조세평등주의 위반이 매우 뚜렷한 세금으로 조세정의에 맞지 않는 위헌이 분명한데,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세금감면을 추가함으로써 다주택자와의 차별의 정도가 더욱 심화됐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미국발 금리인상으로 주택담보대출금리는 치솟고 있지만, 역으로 주택시장 하락 조짐이 뚜렷해지면서 주택처분조차 여의치 않아진 상황이다. 이에 다주택자들은 과도한 보유세에 대한 불만과 두려움이 여전하다. 그나마 한 가닥 희망을 거는 것은 현재 행정소송과 위헌소송이 진행 중인 종부세 위헌판결 여부다.
지난해 공시지가 폭등으로 종부세 부담이 폭증하자, 종부세를 납부해온 다 주택자나 새로 납부대상이 된 1세대 1주택자들은 올초 대거 종부세 위헌소송에 참여한 상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21년도분 종부세에서 다주택자 및 법인 비중은 인원 기준으로 57.8%, 세액 기준으로 88.9%를 차지한다. 현재 법무법인 대륙아주와 수오재, 김장리, 로고스 등에서 진행 중인 종부세 위헌소송에 참여한 사람은 개인과 법인을 포함해 6000명을 넘는다. 역대 위헌소송 사상 최대 규모로, 법조계에서도 초미의 관심사다.
종부세, 8월 중 헌재에 올라갈 듯
지난 7월 8일에는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에서 종부세 위헌제청 여부를 판가름할 첫 재판이 열렸는데, 다주택자들에게 희망적인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법원 측이 “위헌청구한 6000여건의 모든 신청건에 대해 오는 8월 중 일괄적으로 위헌제청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조문별로 위헌청구 사항을 구체적으로 확정해 서면제출해 달라”고 원고 측에 요구하면서다.
재판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기각시키려면 기각시켰지, 조문별로 위헌사항을 내달라 했겠느냐”며 “헌재에 올리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현행 헌법재판소법은 헌재에 위헌 여부를 심판해 달라고 제청할 수 있는 주체로 법원을 꼽고 있다. 당시 재판에는 종부세 위헌소송에 참가한 사람 500여명이 재판정으로 몰려들었는데, 법원에서 8명만 참관을 허락해 나머지는 재판정 밖에 운집해 결과를 지켜보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간 소송비용을 부담해가며 종부세 위헌소송에 참여한 다주택자들은 당초 지난 6월로 예정됐던 재판이 9월로 연기되면서 마음고생을 해왔다. 재판이 해를 넘기면, 오는 12월에도 현행 세법에 따른 종부세를 얻어맞을 판이었다. 이에 종부세 위헌청구 시민연대 측은 “위헌결정이 지연되어 위헌이 확실한 현행 종부세법으로 2022년도분 종부세를 또다시 부과 징수한다면 살아있는 사람을 생지옥에 밀어넣는 것과 같다”고 강력 성토한 바 있다. 종부세 위헌소송에 참가한 일부 다주택자들은 지난 6월에는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재판지연에 항의하는 침묵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결국 종부세 납부자들의 민원과 성토가 폭주하자, 재판 일정이 9월에서 다시 7월로 앞당겨지면서 나름 의미 있는 중간결과를 받아내기에 이른 것이다. 이에 다주택자들은 이미 청구서가 집으로 날아온 7월 1차분 재산세와 9월에 고지서가 날아올 2차분 재산세까지는 어쩔 수 없다손 쳐도, 12월에 부과되는 종부세 고지서만큼은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막아볼 수 있을 것이란 한 가닥 희망을 가지고 있는 상태다.
다만 다주택자들의 희망대로 오는 11월경 헌재에서 종부세 위헌결정을 받아낼 수 있을지에 대한 전망은 다소 엇갈린다. 현재 서울행정법원에는 4개 재판부에 종부세 위헌관련 소송이 계류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지난 7월 14일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는 종부세 부과 취소소송과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모두 기각한 바 있다.
물론 해당 재판은 세부담이 급증한 2021년도가 아닌 아닌 2020년에 부과된 종부세를 취소해 달라는 2건에 대한 판결이었다. 법원은 “과세 요건을 법률로 정하되 탄력성 있는 행정입법에 위임하는 것이 허용된다”며 종부세 부과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헌법재판소법(68조 2항)은 “법률의 위헌 여부 심판의 제청신청이 기각된 때에는 그 신청을 한 당사자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당사자가 직접 헌재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절차가 남은 셈이다.
이에 종부세 납부자가 많은 서울 강남구병을 지역구로 하는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전 통계청장) 측은 “서울행정법원에서 종부세 행정소송 1심이 기각됐다”라며 “1심 패소는 종부세 위헌소송이 좌초됐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한 의미 있는 성과”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법원의 엇갈리는 결정에 종부세 위헌소송을 진행 중인 ‘종부세 위헌청구 시민연대’ 측은 “기각된 것은 2건으로 2020년도분 1주택 300만원과 1200만원짜리로 위헌성이 크지 않았다”며 “2021년도분 종부세는 2020년도분 종부세와 그 규모와 성질 자체가 달라진 만큼 위헌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는 입장이다. 종부세 위헌청구 시민연대를 이끌고 있는 이재만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은 “1주택자는 세율도 높지 않고 세금도 공제해줘서 아주 큰 금액이 아닌 이상 위헌성이 높지 않지만, 다주택자는 차별세율이 있어서 헌재에서 위헌판결을 안 내릴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2021년도분은 위헌판결 가능성 커”
윤석열 정부에서 지속적으로 보유세(재산세, 종부세) 개편 사인을 보내고 있는 것도 다주택자들로서 한 가닥 기대를 갖게 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6월 16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고, “종부세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은 100%에서 60%로 하향 조정하고, 종부세 관련 고령, 장기보유 납부유예 및 일시적 2주택, 상속주택 등 불가피한 사유 시 주택수 산정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지난 7월 21일에는 ‘2022년 세제 개편안’을 발표하고, 종부세의 경우 현행 주택 수에 따른 차등과세를 가액기준 과세로 전환하기로 했다. 또한 다주택자에 대한 최대 6%의 징벌적 중과세율을 폐지하고, 1주택과 다주택 모두 0.5~2.7% 세율 체계로 단일화하기로 했다. 종부세 기본공제액도 오는 2023년부터 다주택은 기존 6억원에서 9억원으로, 1세대 1주택자는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다만 세제개편안은 더불어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국회 문턱을 넘어서야 최종 확정된다.
종부세 위헌청구 시민연대 측은 “만일 현행세법 그대로 2022년도 종부세가 부과 징수된다면 그 파장은 2021년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대단할 것”이라며 “오는 8월 중 헌재에 위헌제청돼 늦어도 오는 11월경에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