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회장 ‘경영권 방어’ 첫 회견
지분 18% 추가 확보 땐 52%로 승기
영풍에 “만나서 대화로 풀자” 제안
주가 3.63% 올라 71만 3000원 마감
이미지 확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영풍·MBK 파트너스의 경영권 위협을 방어하고자 자사주 매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이 오는 4일부터 약 2조 7000억원을 투입해 주당 83만원에 고려아연 자사주를 공개매수한 후 소각한다.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의 공개매수(75만원) 기간이 끝난 직후 자사주를 더 비싸게 매입하겠다며 반격에 나선 것이다. MBK 연합이 제기한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취득금지 요청이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승기를 잡기 위한 액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려아연 최윤범(49) 회장은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고려아연 이사회는 기업가치 제고 및 주주 이익 보호를 위해 약 2조 6634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추진하기로 했다”면서 “취득 예정 주식 수는 고려아연 전체 발행주식의 15.5%에 해당하는 320만 9009주, 1주당 매수 가격은 83만원이며 공개매수를 통해 취득한 자기주식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전량 소각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1949년 고 장병희 창업주와 함께 영풍을 창업한 고 최기호 창업회장의 손자이자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의 차남이다.
고려아연의 공동매수자로는 글로벌 사모펀드 베인캐피탈이 참여한다고 공개했다. 최 회장은 “베인캐피탈은 고려아연 경영이나 이사회에 관여하지 않는 순수 재무적 투자자”라면서 “이번 공개매수에 약 4300억원을 투입해 고려아연 발행 주식 수의 2.5%(51만 7582주)를 취득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미지 확대
현재 고려아연 지분은 최윤범 회장 측이 33.99%, 영풍 장형진(78) 고문 측이 33.13%로 비슷한 수준이다. MBK 연합은 약 2조 2000억원을 투입해 고려아연 지분 7∼14.6%를 공개 매수한 뒤 회사 경영권을 확보한다는 계획인데, 고려아연이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지분을 18%가량 추가로 확보하면 최 회장 측 지분이 52%로 절반을 넘어 승기를 잡게 된다.
이에 MBK 연합은 이번 자사주 공개매수가 회사와 주주 이익을 해하는 배임 행위에 해당한다며 관련 절차를 중지해 달라는 가처분 소송을 추가로 제기했다. 정상 주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것은 배임이라며 금지돼야 한다고 했다.
앞서 MBK연합이 제기한 가처분 소송에선 법원이 고려아연의 손을 들어줬다.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는 영풍 측이 최 회장 측을 상대로 제기한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최 회장은 이날 회견에서 영풍의 장 고문을 향해 “직접 만나 대화로 갈등을 풀자”고 제안했다. 앞서 장 고문은 최 회장과의 인간적 ‘불화’가 장씨 집안과 최씨 집안의 정면충돌로 이어졌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편 이날 고려아연 주가는 자사주 매입 계획이 전해지면서 전 거래일 대비 3.63%(2만 5000원) 오른 71만 3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박성국·강윤혁 기자
2024-10-03 1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