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 비공개 차담 후 지도부 식사
文 “제3세력도 힘 모아 상생 정치”
李 “용광로처럼 단결해 총선 승리”
오늘 광주 찾아 호남 민심 다지기
총선을 66일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한 가운데 두 사람은 공천을 앞두고 친명(친이재명)계와 친문(친문재인)계의 갈등이 첨예해지는 것을 염두에 둔 듯 통합과 단결을 강조했다.
이 대표가 이날 오후 당 지도부, 김두관 의원 등과 동행해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의 문 전 대통령 사저에 도착하자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를 반기며 포옹했고, 이 대표는 흉기 피습으로 왼쪽 목에 생긴 흉터를 보여 줬다.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의 흉터를 가리키며 “옷깃이 없었으면 큰일날 뻔했다”며 “세상이 험악해지고 갈수록 난폭해진다”고 위로했다.
이 대표와 문 전 대통령은 30분가량의 비공개 차담 후 경상도식 추어탕으로 식사를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식사 전 피습 사건을 언급하고 이 대표에게 트라우마를 빨리 털어 내길 바란다며 “이를 계기로 민주당이 상생의 정치에 앞장서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저쪽(국민의힘)은 늘 증오나 적대를 생산하는 것을 선거 전략으로 삼았으니 이쪽(민주당)이 선거에 이겨 주도할 수 있어야 비로소 상생의 정치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민주당과 좀 우호적인 제3세력까지 힘을 모아 상생정치로 나아갈 수 있다면 가장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또 소위 ‘명문 정당’(이재명·문재인)이라는 조어를 언급하며 “총선쯤에 와서 친명·친문을 나누는 프레임이 있다. 우리는 하나이고 단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 대표는 “용광로처럼 분열과 갈등을 녹여 내 단결해서 총선 승리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이번 총선은 민생경제 회복의 마지막 기회다. 반드시 승리하는 게 시대의 소명”이라고 하자 문 전 대통령은 “절박함과 간절함이 중요하다. 그래서 단결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 외 문 전 대통령은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선거가 중요하다”며 해당 지역의 인재 영입에 신경써 달라고 당부했다.
오찬장에서는 줄곧 웃음소리와 함께 “총선 파이팅” 등의 구호가 나왔고 회동은 예정 시간보다 30분 정도 늦게 끝났다. 이 대표가 문을 나서자 문 전 대통령이 배웅했고 둘은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함께 만세를 하는 자세를 취하며 헤어졌다.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해 9월 19일 문 전 대통령이 단식 중이던 이 대표를 찾은 후 4개월여 만이다. 이 대표는 지난달 초 신년 인사로 문 전 대통령을 찾아가려 했지만 방문 직전 부산에서 습격을 당해 일정을 취소했었다.
이 대표는 이날 광주로 이동해 5일 오전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다. 오후에는 서구 양동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간담회를 갖는 등 호남 민심 다지기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