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3조원서 대폭 늘려 71조원
무기·전투기 개발해 방위력 강화
장사정 미사일, 1년 앞당겨 배치
증세 논의 미뤄 재원 확보 불투명
일본 정부가 내년 방위 예산을 7조 7000억엔(약 71조원)으로 대폭 증액하기로 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17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반격 능력’ 강화를 위한 각종 무기 개발비와 육해공 자위대를 통합 지휘하는 작전사령부 운영비 등을 포함한 방위 예산안을 최종 검토 중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12월 16일 각의(국무회의)에서 방위력을 강화하겠다며 국가안보전략 등 안보 관련 3대 문서를 개정했다. 특히 방위 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2%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2027년까지 5년간 방위비로 43조엔(396조원)을 쓰기로 결정했다. 올해 방위 예산은 6조 8000억엔(63조원)으로 역대 최대였는데 내년 방위 예산은 이를 경신하게 되는 상황이다.
이처럼 대폭 늘어난 방위 예산은 적 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미사일과 전투기 개발에 투입될 계획이다. 육상자위대의 12식 지대함 유도탄 사거리 확대에 961억엔의 예산을 배정했다.
특히 일본 정부는 자국산 장사정 미사일을 애초 2026년에서 1년 앞당긴 2025년에 배치할 방침을 세웠다. 이와 관련해 기하라 미노루 방위상은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방위 능력을 조기에 확보해야 하는 절박감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또 사거리가 3000㎞인 극초음속 유도탄 개발에 725억엔(667조원), 함정이나 지상 목표물을 공격하는 등 정밀 유도탄 개발에 323억엔(297조원)을 각각 배정했다. 자위대를 하나로 지휘할 상설 조직인 통합작전 사령부를 240명 규모로 발족하기 위한 예산도 포함시켰다.
일본 정부가 이처럼 내년 방위 예산을 대폭 늘려 반격 능력 확보에 모든 걸 쏟아붓고 있지만 실제 예산을 어떤 식으로 확보할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하고 있다. 교도통신은 “방위비 증액을 위한 증세 시작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고 재원도 정하지 않은 채 지출만 부풀어 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와 집권당인 자민당은 최근 방위비 증액을 위한 증세 논의를 내년으로 미뤘다. 기시다 후미오 내각 지지율이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우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이 반대하는 증세를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안정적 재원 확보가 이뤄지지 않는 한 일본의 방위력 강화가 쉽지 않다는 일본 내 비판적 시각도 나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엔화 가치 하락과 고물가 영향으로 전투기나 호위함 구입비 등 방위 장비 조달 비용이 늘어나는 데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가 과제”라고 짚었다.
도쿄 김진아 특파원